[유대균 영장청구]검거 전날 치킨 주문… 배달원 “얼굴 안 보여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8일 03시 00분


주문한 휴대전화 걸어보니 ‘결번’… 오피스텔 냉장고엔 삼겹살 등 가득

냉장고 안에는 음식이 가득 차 있었고 생수가 널려 있었다. 작정하고 은신한 듯했다.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 씨가 검거된 경기 용인시 G오피스텔을 26일 정밀감식하며 내부를 공개했다. 2층 복층 구조로 20m² 규모의 이 오피스텔에서 대균 씨와 ‘호위무사’ 박수경 씨는 각종 음식과 생활용품을 구비해 놓고 장기 거주에 대비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현관문 뒤편(실내 쪽)에 붙어 있는 9개의 배달음식 전단이었다. 외부 출입을 극도로 자제하며 배달음식을 종종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균 씨가 검거되기 전날 오피스텔에 치킨을 배달했다는 배달원은 “덩치 큰 사람이 현금으로 계산을 했다. 얼굴을 절대 안 보여주고 음식을 넣어주기 힘들 정도로 문을 조금만 열어줘 짜증이 났다”고 기억했다.

27일 본보 기자가 해당 치킨집의 판매시점정보관리시스템(POS) 단말기에 찍힌 주문 휴대전화번호로 전화를 해보니 ‘결번’이었다. 검거 당시 대균 씨와 박 씨는 휴대전화를 갖고 있지 않았다. 현장에서 수거된 휴대전화 한 대(슬라이드폰)가 있었지만 전원이 켜지지 않았다. 이 휴대전화는 오피스텔을 은신처로 제공한 하모 씨의 것으로 추정된다.

대균 씨는 이곳에 은둔하며 130kg이던 몸무게가 20kg가량 빠졌지만 직접 요리도 해먹었다. 싱크대 위에는 식초 간장 올리브오일 등이 있었고 냉장고 안에는 달걀 치즈 삼겹살 등이 가득했다. 고단백 식품인 참치캔(345Cal)과 연어캔(305Cal)도 준비해 뒀다. 특히 ‘스쿠알렌’과 ‘유기 아해티 앤 그린티’ 등 구원파 계열사 제품들도 발견됐다. 오피스텔 안에는 침대 없이 이불만 보였고 2층에는 붙박이장과 책상이 있었다.

오피스텔에 TV는 없었고 노트북컴퓨터를 사용한 흔적도 없었다. 대균 씨가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몰랐을 정도로 밀폐된 생활을 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오피스텔 책장에는 대균 씨가 읽은 것으로 보이는 책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앤서니 라빈스 지음)가 꽂혀 있었다. 이 책은 자기 혁신과 내부의 잠재력을 키워 어려움을 극복하는 법을 기술하고 있다.

아버지 유 전 회장의 1995년 옥중 회고록 ‘꿈같은 사랑’도 발견됐다. 구원파 신도들은 이 책을 갖고 다니며 ‘회장님과 언제나 함께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아버지도 자신처럼 쫓기고 있었기 때문에 책을 통해 아버지의 생각을 배우고 해답을 얻고자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용인=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유대균#유대균 오피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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