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경, 兪와 진천 은신처 물색… 오빠에 “호텔 알아봐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8일 03시 00분


[유대균 영장청구]석달간 도피 경로 재구성

‘A급 지명수배자’가 된 지 73일 만인 25일 체포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사망)의 장남 대균 씨(44)의 치밀한 도피 행적이 검찰 조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대균 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버지(유 전 회장)가 고초(구속 수감)를 당했던 1987년 오대양 사건이 기억나 도피했다”고 밝혔다.

○ ‘출국금지’ 알고 황급히 도주 결정

대균 씨는 세월호 침몰 사고가 난 지 나흘째인 4월 19일 측근 A 씨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프랑스로 출국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균 씨의 부인과 세 자녀는 프랑스에 체류 중이었다. 그러나 검찰이 유 전 회장 일가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한 상태여서 대균 씨는 출국 심사장에서 수속이 거부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대균 씨는 지명수배 상태가 아니어서 현장에서 체포되지 않았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된 대균 씨는 서울 서초구 염곡동의 자택으로 돌아가지 않고 금수원으로 향했다.

금수원에 있던 유 전 회장은 곧장 측근들을 모아 대책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신엄마’ 신명희 씨(64·구속)와 이재옥 헤마토센트릭라이프재단 이사장(49·구속) 등 구원파 핵심 인사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대균 씨와 유 전 회장이 별도의 장소로 도피하기로 결정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유대균 작품집에 실린 자화상과 ‘대지조각’ 작업 모습 체포된 유대균 씨가 명함 대신 돌렸다고 알려진 사진첩 ‘유대균 작품집’(가로 약 7.8cm, 세로 약 10.6cm)에 수록된 자신의 자화상(왼쪽 사진)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이른바 ‘대지조각’ 작업을 하던 중 굴착기를 타고 찍은 모습(오른쪽 사진).
유대균 작품집에 실린 자화상과 ‘대지조각’ 작업 모습 체포된 유대균 씨가 명함 대신 돌렸다고 알려진 사진첩 ‘유대균 작품집’(가로 약 7.8cm, 세로 약 10.6cm)에 수록된 자신의 자화상(왼쪽 사진)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이른바 ‘대지조각’ 작업을 하던 중 굴착기를 타고 찍은 모습(오른쪽 사진).
○ 측근 오피스텔에서 96일간 은신

4월 20일 오후 6시경 검찰이 유 전 회장 일가 수사에 착수하자 대균 씨는 본격적으로 은신처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대균 씨의 ‘수행비서’로 낙점된 것은 신 씨의 딸인 박수경 씨(34·체포)였다. 구원파 측에 따르면 박 씨는 어렸을 때부터 대균 씨와 친분이 두터웠고, 어머니인 신 씨로부터 “대균 씨를 보필하는 게 너의 사명”이라는 얘기를 자주 들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균 씨는 이날 오후 9시경 박 씨의 싼타페 차량을 타고 금수원을 빠져나와 차로 1시간 안팎 거리인 충북 진천군과 음성군 일대를 돌아다녔다. 박 씨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복원한 결과 박 씨는 친오빠에게 “장기 투숙할 호텔이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 사실도 밝혀졌다. 4월 21일 대균 씨와 박 씨는 측근 하모 씨(35·여)가 임차했던 경기 용인시 수지구 광교중앙로길의 G오피스텔로 잠입했다. 이후 대균 씨와 박 씨는 이달 25일 경찰에 검거될 때까지 꼼짝 않고 은신 생활을 이어갔다.

○ 유병언, 장남부터 은신시킨 뒤 도피

반면 검찰의 추격은 느슨했다. 검찰은 대균 씨가 5월 12일 소환에 불응하자 다음 날 체포영장을 들고 염곡동 자택을 수색했다. 대균 씨가 이미 용인시에 은신 중이라는 낌새를 전혀 채지 못한 것. 지난달 23일에는 대균 씨의 행방을 알고 있는 운전사 고모 씨(구속)를 체포했지만 “진천군 등을 함께 돌아다닌 뒤 본 적이 없다”는 거짓 진술만 믿고 수색 범위를 좁히지 못했다.

유 전 회장은 대균 씨가 검찰에 붙잡힐 경우 계열사 경영 비리에 대해 쉽게 자백할 것을 우려해 자신보다 먼저 대균 씨를 도피시킨 것으로 보인다. 대균 씨가 차남 혁기 씨(42)에 비해 구원파 내에서 입지가 좁은 점도 감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 전 회장은 대균 씨가 은신에 들어간 지 이틀 뒤인 4월 23일 금수원을 빠져나와 도피에 들어갔다. 대균 씨가 검거 당시 보유하고 있던 현금은 한화와 유로화를 합쳐 2000만 원가량으로, 유 전 회장이 도피자금으로 갖고 있었던 약 20억 원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수준이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박수경 씨’ 관련 정정보도문]

본 언론은 지난 7. 25.자 “유대균과 함께 검거된 박수경은 누구? 태권도선수 출신 ‘신엄마 딸’” 제하의 기사 등 박수경 씨 관련 보도에서, 박수경씨가 모친 신씨의 지시에 따라 유대균씨를 수행 및 호위무사 역할을 했다고 수차례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박수경씨는 유대균과의 개인적인 친분관계로 인해 도피를 도운 것일 뿐이고, 유 씨와의 내연 관계는 사실이 아니며, 호텔 예약도 유 씨와의 은신처 용도가 아닌 해외의 지인을 위한 숙소를 알아보는 과정이었고, 유 씨로부터 월급을 받으며 개인 경호원 또는 수행비서를 한 적도 없는 것으로 밝혀져 바로잡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유대균#박수경#유대균 도피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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