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리본 단 교황 “세월호 십자가, 로마 가져가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6일 03시 00분


교황 미사前 유가족-생존학생 만나
“특별법 제정 힘 보태달라” 요청에… 연신 고개 끄덕이며 “기억하겠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따뜻하게 보듬었다.

교황은 이날 오전 10시 40분경 경기장 1층에 별도로 마련된 교황 제의실(祭衣室)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 학생 등 10명을 만나 10분간 대화를 나눴다. 이날 미사에 참석한 세월호 유가족은 모두 37명이었지만 세월호 십자가 순례를 마친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고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 씨와 유가족 대책위원장 김병권 씨, 생존 학생 2명 등이 대표로 자리했다.

세월호 유족들은 교황에게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아 달라’는 메시지와 함께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힘을 보태 달라고 요청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유족들의 이야기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의 심정을 이해하고 잊지 않겠다는 의미로 유가족이 건넨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집전에 나서기도 했다.

앞서 유가족들은 유흥식 천주교 대전교구장에게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300여 명의 영혼이 담긴 것”이라며 순례단이 900km를 걸으며 짊어졌던 십자가를 교황에게 전달해줄 것을 요청했고 교황은 “이 십자가를 로마로 가져가겠다”고 밝혔다고 천주교 교황방한위원회가 전했다. 유가족들은 교황에게 노란 손수건과 리본,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쓰인 팔찌, 그리고 희생자들의 사진이 담긴 앨범도 전달했다.

교황은 이날 미사 삼종기도에서도 “주님께서 당신의 평화 안에서 이 영혼(세월호 희생자)을 받아 주시고, 울고 있는 이들을 위로해 주시고, 그들의 형제와 자매들을 아낌없이 도와준 이들을 계속해서 북돋아 주시기를 기원합니다”라고 위로했다. 또 “모든 한국인을 고통받게 한 비극적인 이 사건이 공동선을 위해 함께 협력하는 모든 이들의 책임과 연대성을 확인시켜 주기를 기원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유가족 대책위원장 김병권 씨는 미사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교황께 ‘죽은 아이들을 살릴 수는 없지만 왜 죽어갔는지 이유는 알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상처 입은 우리를 만나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프란치스코 교황#세월호#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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