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생 유가족 35명 “대통령 답할 때까지 무기 농성”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5일 03시 00분


청와대 인근 청운동주민센터 앞서 경찰과 대치하며 나흘째 특별법 촉구
일반인 희생자 유족 “재합의안 수용”

노란 종이비행기에 담은 꿈 세월호 유가족들이 날린 노란색 종이비행기가 2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 쌓여 있다. 이날 유가족들은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은 노란색 종이비행기를 날렸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노란 종이비행기에 담은 꿈 세월호 유가족들이 날린 노란색 종이비행기가 2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 쌓여 있다. 이날 유가족들은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은 노란색 종이비행기를 날렸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 세월호 유가족 35명 등 40여 명이 노란색 우산을 들고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햇볕에 오래 노출돼서인지 가족들의 얼굴은 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이날 유가족들은 일부는 모자를 쓰고 목에는 수건을 두르고 농성장에 앉아 있었다. ‘특별법은 국민의 명령이다. 청와대는 응답하라’ ‘유가족이 절규한다.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하라’는 노란 팻말도 들었다.

유가족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라며 사흘째 이곳에서 숙식하며 농성을 벌였다. 바닥에는 비닐장판과 돗자리가 깔려 있고, 곳곳에 침낭과 이불이 개켜져 있었다. 식사는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농성장 한편에는 희생된 아이들의 모습이 나란히 있는 사진이 걸려 있었다.

오후 2시 기자회견이 시작됐다. 회견에서는 세월호 참사 피해 학생들의 부모들이 돌아가면서 입을 열었다. 단원고 2학년 고 박예지 양의 어머니 엄지영 씨는 “대통령을 만나러 시위하러 가는데 경찰들이 막고 있다”며 “뭐가 두렵고 무서워서 (경찰들이) 이렇게 와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단원고 2학년 고 이수빈 양의 어머니 박순미 씨는 “인터넷 글을 보면 입에 담지 못할 글이 많이 올라오는데, (유족들) 마음을 너무 아프게 한다”며 울먹였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 안전한 사회를 건설하자는 저희 가족들의 요구가 왜 이렇게 안 받아들여지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기자회견이 끝나자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은 노란색 종이비행기를 유족들 앞을 가로막은 경찰 버스 너머로 던져 날렸다. 비행기에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한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라’는 등의 문구가 담겼다. 2개의 종이비행기만 버스 위로 올라갔고, 나머지는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주민센터 주변은 경찰 버스 7대가 둘러싸고 있었다. 경찰 60여 명은 이중 바리케이드를 치고 주민센터로 들어가는 길목을 차단했다. 이미 농성장으로 들어온 인원 외에는 출입을 막았다. 일부 시민단체가 진입하려 하면서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돌아가면서 청와대 인근에서 1인 시위를 하는 한편 노란 편지지와 엽서에 적은 편지를 청와대에 발송하기로 했다. 주민센터 앞에 노란 리본도 설치할 예정이다. 유가족들은 “대통령으로부터 답변이 올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하겠다”고 했다.

한편 23일 총회를 가진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들은 25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위한 여야 원내대표의 재합의안 수용방침을 밝히기로 했다. 세월호 희생자(304명) 중 단원고 학생과 교사, 승무원을 제외한 일반인은 총 43명이다.

박성진 psjin@donga.com·정윤철 기자
#세월호 유가족#단원고생 유가족#세월호 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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