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법에 막힌 政局]
광화문-청와대앞 시위 촬영하며
“영화 찍나” “뭐라는 거냐” 질문… 정의당은 중국어 현수막까지
27일 오전 11시 반,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 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60여 명이 3대의 버스에서 내렸다. 이어 ‘유가족이 동의하는 세월호특별법 제정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든 채 3m 간격으로 서서 ‘ㄷ’자 형태로 광장을 에워쌌다. ‘인간 띠 시위’에 나선 것.
경찰은 여러 차례 “해산하라”고 촉구했다. “의원들의 간격을 20m 이상으로 벌리지 않으면 강제로 해산조치하겠다”는 경고 방송도 했다. 새정치연합이 미리 집회 신고를 하지 않은 탓에 의원들이 20m 이상 떨어져야 사전 신고가 필요 없는 ‘1인 시위’로 간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경찰과 제1야당이 대치하는 풍경이 1시간가량 펼쳐졌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전날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규탄결의대회를 열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목숨을 건 단식을 하고 있는 유민 아빠(김영오 씨)를 만나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26일과 27일 청와대 분수대 앞과 광화문광장에서 제1야당 의원들의 집회를 지켜본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은 휴대전화나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청와대 분수대 앞이나 광화문광장은 하루 최대 1만 명의 유커들이 찾는 한국 관광의 ‘명소’다. 이들은 한국인 관광 가이드에게 연신 “영화 촬영 중이냐?” “뭐라고 주장하는 거냐” 등을 물었다. 한 가이드는 난감해하면서 “다음 일정을 위해 이동하겠다”고 재촉했지만 유커들은 쉽게 ‘구경’을 끝내려 하지 않았다.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50대 한 시민은 “제1야당의 도심 시위가 외국인들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혀를 찼다.
27일로 8일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정의당 의원들은 중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중국어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세월호 침몰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래저래 야당의 장외투쟁은 유커들에게 구경거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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