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법 추석前 합의 가물가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3일 03시 00분


[세월호 정국 표류]
수사권 놓고 “포기 못해” “양보 못해”… 유가족-새누리 연일 거친 설전
수사대상 둘러싼 불신도 걸림돌

세월호 특별법 제정 등을 둘러싼 새누리당과 세월호 유가족들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샅바싸움’이 치열하다. 전날 세 번째 회동에서 격하게 대립하면서 감정충돌 양상을 보였던 양측은 2일에도 가시 돋친 설전(舌戰)을 이어갔다.

○ 수사대상을 둘러싼 상호불신

새누리당과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사이에 좀처럼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는 것은 근본적으로 수사대상을 둘러싼 상호불신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유가족들이 야당과 물밑 교감을 갖고 세월호 특별법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흔들려 한다는 강한 의심을 갖고 있다. 반면 가족대책위는 박 대통령이 최종 임명할 특별검사가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할 수 없는 만큼 아예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이날 라디오에서 “(전날) 무슨 안을 하나 더 내놓으라거나 흥정을 하러 간 것이 아니다”라며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진상조사위가 공식적이고 유일한 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사권, 기소권 보장이) 정말로 안 된다면 여당이 어떻게 해야 진상 규명이 실질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새로운 안을 우리에게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유족들의 요구에 대해 “100% 위헌”이라고 반대했다. 김 수석부대표는 “헌법상 권력분립 원리에 맞지 않고, 수사권을 민간인이 행사하는 문제도 있으며 공정하고 합리적인 수사와 재판을 받아야 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반대 사유를 설명했다.

3차 회동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씻기지 않은 불신의 골은 메워지지 않았다.

김 수석부대표는 “(유족들이) 수사·기소권을 협상의 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해 주장한다면 대화가 잘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유 대변인은 “‘성역 없는 조사’라는 원칙을 얘기하고 있는데 여당이 그 원칙에는 동의한다면서도 꼭 (면담) 말미에 ‘그런데 왜 청와대를 자꾸 건드리려고 하느냐’고 말을 한다”고 꼬집었다.

○ 수사권, 기소권 주장 절충 가능할까


새누리당은 기본적으로 새정치민주연합과 새롭게 협상을 하거나 새로운 방안을 직접 제시하지는 않겠다는 태도다. 다만, 가족대책위가 진상조사위의 수사·기소권 부여를 포기하고 새로운 방안을 제안할 경우 논의는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당 핵심 당직자는 이날 통화에서 “결국 7명의 특검 추천위원 중 여야 몫 4명을 아예 모두 넘겨 달라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의 협상 채널이 청와대와 긴밀히 교감하고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청와대가 강경한 만큼 협상의 돌파구가 열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를 이번 주에 기다려 보겠다”고 말했다. 정 의장의 중재가 재합의안 변경 불가라는 새누리당 주장 완화에 맞춰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친 것이다. 새누리당은 즉각 정 의장의 신중한 대응을 주문하며 압박했다. 추석 연휴 전에 꽉 막힌 세월호 특별법 정국의 극적인 돌파구가 열리기 어려운 형국이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세월호 특별법#새누리당#세월호 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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