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유가족 애끊는 한가위]
“명절되니 언니 더 보고싶어”… 여동생 편지에 통곡의 도가니
8일 오전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 정부합동분향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아이들과 함께 추석을 보내려는 유가족들의 행렬이 줄을 이었다. 이들은 저마다 아이들이 생전에 좋아했던 피자 치킨 스파게티 치즈케이크 초밥 등을 가져와 영정 사진 앞에 음식을 차렸다.
여러 음식이 섞이다 보니 ‘○○ 것’이라고 자식의 이름을 종이에 써 과자봉투에 붙이는 유가족도 있었다. 한 유가족은 요구르트 20여 개에 일일이 빨대를 꽂아 친했던 친구들과 함께 마시라고 자식을 포함한 친구들 영정 사진 앞에 올렸다. 가족들은 이곳저곳의 상차림을 둘러보며 혹시나 자식의 상이 소홀하지는 않은지 살펴보기도 했다.
차분하게 상을 차리고 묵념하던 유가족들은 희생자들을 기린다는 의미의 ‘기림상’ 행사가 시작되자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분향소 곳곳에서 들리던 유가족들의 흐느낌은 단원고 2학년 고 김빛나라 학생의 동생 김하슬린 양이 숨진 언니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는 동안 통곡으로 변했다.
“모두들 가족 친지와 함께 정을 나누며 지내야 하는 명절인데 눈물나고 마음만 아픕니다. 시간이 지나면 보고 싶은 마음이 덜할 줄 알았는데 언니가 더 보고 싶어요. 짧은 삶이었지만 우리 가족이 돼줘서 좋았고 행복했어요.”
김 양은 편지를 읽는 동안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해 말문이 막혀 다섯 차례나 호흡을 가다듬어야 했다.
단원고 2학년 고 이수빈 양의 어머니 박순미 씨는 전남 진도군에 머물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직접 쓴 편지를 읽었다. 박 씨는 “국민의 대명절인 추석에 그곳(진도)에서 끝까지 함께 기다리지 못해서, 애타는 눈물 닦아주지 못해서 죄송하다”며 “다만 한 가지 저희 안산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은 여러분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으며 실종자 가족과 우리는 하나의 가족이다. 끝까지 여러분과 함께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세월호 참사로 자식을 잃은 한 어머니는 사고 관련 영상이 상영되자 눈을 감고 귀를 막은 채 분향소 밖으로 빠져나갔다. 또 다른 어머니는 30여 분 동안 오열하다 결국 실신해 병원으로 실려 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