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세월호 특별법 수업’을 전개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일선 학교현장에서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학생들에게 가르친다는 것은 학교를 정치투쟁의 장으로 삼겠다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교조는 16일 홈페이지를 통해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잊지 않고, 교육과 사회를 바꾸기 위한 실천운동을 전개하겠다”며 “학생들과 함께 세월호 특별법 바로알기 공동 수업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교조는 16일을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교사 집중실천 행동의 날’로 정했다.
전교조는 약 6만 명의 회원(교사)을 통해 각 학교 현장에서 세월호 특별법 수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수업과 별개로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단식과 학교 앞 1인 시위 등도 벌이도록 했다. 이와 함께 전교조는 자체적으로 만든 ‘세월호 참사 공동수업자료’를 홈페이지를 통해 회원끼리 공유하도록 했다.
○ 편향적 수업안
동아일보가 입수한 전교조의 ‘세월호 참사 3차 공동 수업안’은 그동안 전교조와 야당이 주장한 내용과 거의 유사했다. △수업 목적 △수업 내용 △참고자료 세 부분으로 구성된 수업안은 특별법 제정에 찬성하는 주장과 자료들로 구성됐다.
수업안에 명시된 ‘(세월호 특별법) 수업의 목적’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한다. 특별법의 필요성을 이해한다. 특별법의 쟁점을 파악하고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는 것. 이 수업안은 단계적으로 학생들에게 특별법 찬성 입장을 나타내고 그에 맞춰 행동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수업안에 따르면 학생들이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세월호 참사와 추모곡을 담은 동영상을 시청한 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나의 활동’을 발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학생들은 수업활동지에 학년, 반, 이름을 적고 ‘나는 세월호 관련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나는 세월호 관련 행사 자원봉사를 한 적이 있다’ 등의 항목에 대해 경험을 말해야 한다.
▼ ‘특별법 제정 위해 무엇을 할수 있나’ 학생에게 행동 요구 ▼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주장하는 특정 언론의 사설 읽기도 포함됐다. 해당 사설은 ‘(세월호) 특별법은 비극을 제대로 성찰하고 나라 전체를 새롭게 바꿔나가기 위한 것. 범국민적 조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후 학생들은 ‘특별법 제정이 필요한 이유는?’ 등의 질문에 답하도록 되어 있다.
제시된 자료들은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자료를 인용했다. 이 자료는 특별법을 둘러싸고 △세월호 유가족이 제시한 법안 △새누리당 안 △새정치민주연합 안 등 세 가지를 비교하며 첫 번째 안을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수사권과 기소권에 대해서는 “강력한 수사권과 기소권 보장은 진상 규명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설명할 뿐 반대 의견이나 예상되는 부작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조사특위 구성에 대해서도 유가족 안(국회 추천 8명, 유족 추천 8명), 새정치연합 안(국회 추천 12명, 유족 추천 3명), 새누리당 안(국회의원 및 국회 추천 16명, 유족 추천 4명)을 비교하며 유가족 안을 “국민이 믿을 수 있는 구성”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수업 마지막에는 학생들의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특별법 제정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토론한다’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 참여를 제시한다’ 등을 과제로 제시하며, 특별법 제정 촉구 서명을 할 수 있는 인터넷 홈페이지 주소도 소개했다.
○ 학생마저 정쟁에 이용 비판
전교조는 이 수업안을 학교에서 언제, 어떻게 가르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회원인 교사가 각자 재량에 따라 수업시간에 보조자료로 이용하거나 현장학습 등에서 이용할 수도 있다.
이 수업이 학교에서 실시된다면 교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헌법 제31조 4항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 있으며 교육기본법 제14조 4항은 교사가 특정 정파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해 학생을 지도 또는 선동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은 “가치관을 형성 중인 초중고교생에게 특정 정치이념을 주입하고 일방 주장만을 가르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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