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쑥 출석 김현 “기억없다… 못봤다… 못들었다”

세월호 유족 대리기사 폭행사건 수사
金, 피해자-목격자 진술과 정반대 해명… “왜 하루일찍 출석했나” 질문엔
“성실히 조사받기 위해 그랬다”… 보수단체 고발로 피의자 신분 전환

8시간 조사받고 귀가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이 24일 세월호 유가족 대리기사 폭행사건의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마치고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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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족들의 대리운전사 폭행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던 김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4일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됐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보수단체인 자유청년연합 대표 등이 김 의원과 폭행에 연루된 세월호 유족 5명을 폭행 및 상해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한 사건을 넘겨받아 피고발인인 김 의원의 신분이 피의자로 바뀌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은 “이번 주 안에 고발인을 조사하고 적용 법리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3일 오후 참고인 신분으로 예고 없이 출석한 김 의원은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 및 목격자의 진술과 상반된 진술을 했다. 경찰은 김 의원에게 ‘대리운전사를 못 가게 붙잡은 사실이 있는지’ ‘소속이 어딘지 물으며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는지’ ‘반말을 한 적이 있는지’ 등 수치심을 일으키는 말을 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김 의원은 대부분의 질문에 “기억이 없다”거나 “싸움을 목격하지 못했다” “못 들었다”고 답했다.

경찰에 출석하기 직전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철저한 조사와 수사를 위해 성실하게 참고인 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힌 것과 달리 실제 조사에선 “거칠거나 고압적인 말을 한 기억이 없다”며 사건 연루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본보 기자들이 만난 피해자와 목격자들의 말은 달랐다. 피해자인 대리운전사 이모 씨(52)는 “30여 분을 기다려 가겠다고 하니 김 의원이 ‘이렇게 가면 안 된다. 소속이 어디냐’고 따졌고 ‘나 국회의원이야’라고 반말했다”고 말한 바 있다. 목격자인 도모 씨(53)는 “김 의원이 처음부터 끝까지 현장에 있었다”며 김 의원이 김병권 씨(전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위원장)를 말리는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경찰에 제출했다.

김 의원은 24일 오전 1시경 경찰 출석 8시간 만에 조사를 마친 뒤 경찰서를 나서며 취재진이 예정보다 하루 일찍 출석한 이유를 묻자 “조사에 성실히 임하기 위해 일찍 왔다”고 답했다. 그러나 김 의원이 변호사가 도착하길 기다리는 동안 “내가 예전에 홍보 관련 일을 해서 언론 사이클을 좀 안다”고 말하는 등 취재진을 피하기 위해 사전 예고 없이 경찰서를 찾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은 목격자의 진술에 비춰 (대리운전사를 못 가도록 잡은) 김 의원에게 업무방해 등의 혐의 적용이 가능한지 검토 중이다. 또 25일 대리운전사를 폭행한 세월호 유족들에 대한 2차 조사와 대질조사를 마친 뒤 김 의원과 유족의 혐의 유무를 확정할 예정이다. 한편 폭행 당시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을 요구받은 김 의원의 수행비서는 24일 오후 5시경 출석해 2시간가량 진술했다. 수행비서는 취재진의 질문에 “차 안에만 있었다”고 밝힌 뒤 경찰서를 떠났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