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부 강경태도도 다소 누그러져… 여야 원내대표 대책위 방문에
“진정성 보여 줬다” 긍정 평가… “회의도 없이 합의안 거부하나”
집행부 일방 독주에 반발도… 강경파선 “유가족 분열” 경계심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 내 세월호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에는 ‘3자회동’이 열렸던 지난달 29일부터 사흘 내내 긴장감이 흘렀다. 3자회동과 여야 합의를 거쳐 세월호 특별법이 타결됐지만 유가족들은 이의 파기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1일 여야 원내대표가 예정에 없이 안산을 방문해 유가족 설득에 나선 가운데, 단원고 유가족 사이에서는 투쟁보다 정치권과의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유가족, 여야 방문에 “일단 환영”
단원고 가족대책위가 “타결안을 파기하라”는 공식 입장을 밝힌 지 하루 만인 이날 오후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각각 안산을 찾아 대책위 집행부를 만났다. 두 원내대표는 각각 지난달 30일 여야의 타결안에 대한 각 당의 입장과 유가족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면담 직후 이 원내대표는 “유가족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유가족들로부터 ‘유가족 참여’에 대한 협상에 즉각 임해 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유가족 측은 두 원내대표의 방문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분향소를 직접 찾아 조문하면서 진정성을 보였다는 것이다. 가족대책위 전명선 위원장은 “우리의 마음을 헤아리고 앞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모습을 보이는 등 아주 좋은 자리였다”고 말했다. 타결안 파기 요구를 철회하지는 않았지만, 전날 두 차례 기자회견에서 보인 강경한 태도에서 다소 누그러진 모습이었다.
○ 커지는 온건파 목소리
단원고 가족대책위가 일단 여야 원내대표 면담을 받아들이고, 즉각적인 투쟁에 나서지 않은 것은 협상을 원하는 유가족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9시경 합동분향소 앞 천막에서 전 위원장이 가족들에게 타결안 거부 배경을 설명할 때, 일부 유가족은 “일단 합의안을 받아들이지 그랬느냐”며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뭔 소리야. 이거 정해진 거야? 회의 안 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이어진 회의에서도 일부 유가족은 “회의도 없이 집행부가 단독으로 결정한 사안을 유가족 대책위 명의로 발표해도 되는 거냐”며 “합의안을 거부하면 대안은 있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그러나 온건파 유가족들은 5개월 넘도록 지속된 투쟁을 계속하기보다는 일단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9일 총회에 참석한 단원고 2학년 학부모 A 씨는 “‘투쟁’ ‘끝까지 싸우겠다’는 말에 너무 지쳤다. 우리는 평범한 시민이지, 투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강경파 유가족들은 정치권에 계속 배신당한 만큼 타결안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유가족 내부에서 나오는 일부 불만의 목소리를 ‘유가족 분열’로 보는 것을 경계했다. 한 유가족은 “많은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생각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집행부의 결정이 곧 다수의 뜻이며, 유가족을 배제하려는 정치권의 시도로 인해 자꾸 꼬여 가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일반인 유가족 대책위는 타결안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2일 발표할 예정이다. 유가족 대책위 관계자는 “타결안대로 추후 논의 과정에서 유가족들이 참여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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