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언딘에 ‘알박기’ 특혜… 바지선 투입 30시간 지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7일 03시 00분


[세월호 수사결과 발표]검찰, 세월호 참사 173일만에 399명 입건-154명 구속
사고현장 먼저 온 배 투입 안해… 최상환 해경 차장 등 3명 기소
구조않고 일지 조작 123정 정장… 현장지휘관 첫 과실치사 적용

《 검찰이 세월호 침몰 참사 수사 결과를 6일 발표했다. 5개월여에 걸친 수사 끝에 세월호 침몰 원인과 승객구호의무 위반, 구조 과정의 위법 행위 등 모두 5개 분야에서 총 399명을 형사입건하고 154명을 구속했다. 검찰은 해양경찰의 미숙한 대응이 인명 피해를 키웠다고 보고 목포해경 123정장 김모 경위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부실 구조의 책임을 국가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검찰은 세월호 침몰을 두고 불거진 14가지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향후 출범할 진상조사위원회와 특검은 정치적, 행정적 책임을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
조은석 대검찰청 형사부장이 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세월호 참사의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검찰은 5개월여에 걸친 수사 끝에 총 399명을 형사입건하고 154명을 구속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조은석 대검찰청 형사부장이 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세월호 참사의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검찰은 5개월여에 걸친 수사 끝에 총 399명을 형사입건하고 154명을 구속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사고 해역에 처음 출동해 현장지휘관 임무를 맡은 목포해경 123정 정장 김모 경위(53)는 아무런 조치도 없이 상황을 방관했다. 피해자 구조는 해경 고위층의 입맛에 따라 구조업체인 언딘 마린인더스트리를 위한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 검찰은 김 경위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고 국가의 부실구조 책임을 인정했다. 현장지휘관의 판단에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 최초 출동 123정장… “무능함의 극치”

4월 16일 오전 8시 52분 세월호가 보낸 “본선 위험합니다. 지금 배 넘어갑니다”라는 구조 요청이 제주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접수됐다. 현장지휘관으로 임명된 김 경위는 서해지방해양경찰청과 목포해경으로부터 “승객들에게 퇴선 명령을 내리라”는 지시를 수십 차례 받았지만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 ‘세월호와 교신이 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안 되고 있다”고 답하며 정작 교신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초기 구조현장의 지휘관으로 퇴선 유도 조치와 지시를 이행한 것처럼 함정일지를 조작한 혐의도 추가됐다. 다만 검찰이 구조 책임을 “김 경위 개인의 역량과 자세 탓”으로 한정하고, 123정에 실시간 중계카메라가 없어 보고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윗선의 지휘라인에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은 ‘꼬리 자르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퇴선 명령이 제때 이뤄졌다면 전원 구조가 가능했겠느냐는 질문에 조은석 대검찰청 형사부장은 “광주지법 공판정에서 공개된 (퇴선 명령을 했다면 승객 476명이 6분 17초 만에 탈출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참고하라”는 답변으로 대신했다.

검찰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사망)도 세월호를 무리하게 증축해 복원성을 훼손하고 과적 운항을 묵인 혹은 지시한 혐의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지만 유 전 회장이 사망해 ‘공소권 없음’ 처분했다.

○ 해경 비호 속, 끈끈한 유착 언딘 ‘알박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최상환 해경 차장과 박모 수색구조과장(총경), 재난대비계 나모 경감은 언딘을 구난업체로 선정하는 과정부터 한 몸처럼 챙겼다. 언딘 이사 김모 씨와 호형호제하는 사이인 나 경감은 세월호 사고 당일 청해진해운 구난업체 선정 직원 홍모 씨에게 언딘이 마치 현장에 도착해 작업 중인 업체인 것처럼 거짓말을 하면서 연락처를 알려줬다. 김 씨는 구조현장에 없었는데도 있는 것처럼 청해진해운과 거짓 통화를 했다.

언딘은 이런 비호 속에 협력업체 금호수중개발에 연락해 “영산강 수문공사 현장에 투입돼 있던 바지선이라도 당장 투입시키라”고 지시해 사고현장 ‘알박기’에 성공했다. 알박기는 현장에 먼저 도착하는 선박이 구조 우선권을 갖는 업계 관행 용어다.

최 차장은 상급자인 김석균 해경청장은 물론이고 세월호 유족들까지 속였다. 언딘의 리베로호는 사고 당시 안전검사도 받지 않은 상태였으나 최 차장은 “사소한 승인절차가 남았지만 ‘준공’이 완료돼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만 보고했다.

4월 22일 0시 40분경 리베로호보다 성능이 우수한 현대보령호가 30시간 먼저 사고 해역에 도착했다. 최 차장은 현대보령호의 도착 사실을 숨기고 유족들에게 리베로호의 우수성을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급하다. 큰일 났다. 1시간이라도 도착 시간을 앞당겨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언딘 김모 대표(47)에게 보내는 이중적 행태를 보였다. 언딘은 건조비용 21억 원인 리베라호를 87일간 투입한 비용으로 15억6600만 원을 국가에 청구했다. 또 6000만 원대 연봉을 받는 김 이사는 총 1억7000만 원의 노임을 청구해 비용 과다청구 의혹도 받고 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해경#언딘#바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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