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씨 “조타기 기운것 봤다” 진술에… 조타수 “시력 나빠 못봤을 것” 반박
지름 60cm 벽시계 놓고 직접 실험
6일 오전 11시 반 세월호 선원들에 대한 1심 공판이 진행된 광주지법 201호 법정. 이준석 선장(69)은 증인석에 앉고 그 앞에서 법정 경위가 지름 60cm의 벽시계를 들고 있는 이색 풍경이 펼쳐졌다.
재판장인 임정엽 부장판사가 시곗바늘 2개를 2시 11분에 일치하게 고정한 뒤 증인석에서 3m 떨어진 지점에서 경위에게 벽시계를 들도록 했다. 이후 이 씨는 종이에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을 화살표로 그려 재판부에 제출했다. 재판장은 경위에게 증인석에서 2.7m와 3.3m 떨어진 거리에서 시곗바늘이 1시 5분과 3시 17분을 각각 가리킨 벽시계를 들도록 했다. 그때마다 이 씨는 종이에 화살표를 그려 건넸다.
이색 법정실험은 이 씨가 이날 공판에서 “세월호 침몰사고 직후 조타실에 들어갈 때 조타 방향을 표시하는 타각지시기가 오른쪽으로 15도 기운 것을 봤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세월호 침몰 원인의 하나로 꼽히는 조타 실수를 뒷받침하는 증언이었다. 이에 사고 당시 조타기를 잡았던 조타수 조모 씨(56)는 “조타기를 왼쪽으로 돌렸다”고 반박했다. 조 씨의 변호인은 이 씨가 시력이 좋지 않아 3m 거리에 떨어져 있는 타각지시기 바늘을 분간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휴정을 한 뒤 타각지시기와 비슷한 크기로 법원 사무실에 걸려 있던 벽시계를 떼어왔다. 10분간 실험을 진행한 재판부는 “이 선장이 3m 떨어진 벽시계 바늘은 실제 방향과 가깝게 그렸다. 2.7m 거리는 1, 2도 틀리게, 3.3m 거리는 1시간 정도 떨어진 방향으로 표시했다”고 말했다. 또 “실험은 벽시계와 타각지시기 크기가 달라 참고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가 실험 결과를 설명하자 검찰과 변호인 간에 희비가 교차했다. 검찰은 “이 씨가 안경을 쓰지 않아도 바늘 좌우를 구분했다. 사고 당시 타각지시기가 15도 이상까지 기울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며 자신 있게 주장했다. 하지만 조 씨 변호인 등은 “벽시계와 타각지시기 크기가 다르고 침몰 당시 세월호 선체가 기울었다. 주변에 다른 계기판 3개가 있는 데다 조명은 꺼져 있었다”며 실험의 부정확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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