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영웅 중 의사자 지정은 3명뿐… 속타는 유가족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31일 03시 00분


[세월호 200일, 기억하겠습니다]
잠수사 유족 “정부가 자꾸만 미뤄”… 공무원-경찰관 순직처리도 지연

세월호 사고 수습에 앞장서다가 세상을 떠난 숨은 영웅들의 ‘의사자’ ‘순직’ 결정이 늦어지면서 가족들의 속도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5월 6일 세월호 수색 가이드라인 설치작업 중 숨진 민간잠수사 이광욱 씨(53)의 어머니 장춘자 씨(71)는 28일 오후 경기 남양주시에서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정부가 남은 가족들에게 이러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씨의 의사자 지정이 이미 2차례(5월 13일, 10월 17일)나 연기됐다는 것이다.

30일까지 의사자로 선정된 희생자는 세월호 승무원이었던 고 김기웅 씨(28)와 정현선 씨(28·여), 아르바이트생 박지영 씨(22·여) 등 3명뿐이다. 정부로부터 의사자로 지정되면 올해 기준으로 약 2억290만 원의 일시 보상금과 함께 직계가족과 형제자매들까지 의료급여, 교육보호, 취업보호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씨가 숨진 지 반 년이 다 되어가도록 의사자 지정이 미뤄진 데 대해 보건복지부는 “서류 제출이 미비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 씨의 사망 원인과 당시 상황을 면밀히 분석한 수사 자료가 특히 부족하다”며 “서류가 마련되는 대로 올해 내로 ‘의사상자심의위원회’를 한 차례 더 열고 결정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씨의 동생 승철 씨(50)는 “(해경에) 변호사를 통해 몇 차례 협조를 요청했지만 그때만 ‘알겠다’고 할 뿐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며 “이럴 줄 알았다면 형님의 장례를 서둘러 치르는 게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다른 이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5월 30일 세월호 선체 절단작업을 하다가 숨진 민간잠수사 이민섭 씨(44)의 의사자 지정, 진도 팽목항에서 세월호 관련 업무를 본 후 복귀하다 교통사고를 당한 이창희 울산지방해양항만청 주무관(34)과 과로사한 김상희 동해해경 순경(35)의 순직 결정 역시 미뤄진 상태다. 울산지방해양항만청과 동해해경 측은 “국민연금공단에 당장 급한 유족 청구금을 우선 요청했고, 이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순직 서류를 마련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유족들은 “정부의 대응이 늦어도 너무 늦다”며 신속한 처리를 요구했다. 이광욱 잠수사의 어머니 장 씨는 “순수한 마음으로 봉사하러 갔다가 세상을 떠난 걸 뻔히 알면서 의사자 지정을 미루는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호소했다.

남양주=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의사자#세월호 유가족#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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