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주년/각계 100인의 4월 16일]
세월호가 만든 일상의 변화… “국가 역할못해” 불신도 커져
안전과 평범한 일상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사회적 불신이 심각한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번 설문으로 취재진이 얻어낸 또 다른 결론이다.
‘세월호란 말에 떠오르는 생각’과 함께 ‘세월호 참사 이후 자신이 바뀐 점’을 묻자 사회 각계 인사들은 생활 속에서의 작은 변화를 첫손에 꼽았다. ‘고등학생과 대학생인 두 딸에게 더 많은 애정 표현을 하게 된다’(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거나 ‘바쁘게 하루를 살고 직원들과 소주 한잔 나누는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이경섭 농협금융지주 부사장)는 등의 반응이다.
‘사소한 교통신호부터 열심히 지키기 시작했다’(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응답 역시 스스로 작은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반대편에서는 참사 때문에 커진 불신감을 호소하는 응답도 쏟아졌다. 특히 일반인 응답자 상당수는 정부와 국가를 믿지 못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회사원 홍진욱 씨(29)는 “참사를 보면서 ‘국가가 못해주는 것이 있구나, 스스로 잘 챙겨서 살자’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했다. 자신이 같은 일을 겪어도 국가가 나서서 도와주지 않으리라는 절망감 때문이다. 홍 씨는 “사고도 끔찍했지만 사고 이후의 허술한 대응과 제대로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현실도 충격이었다”고 덧붙였다.
‘나는 그래도 대한민국이 좋았는데 국가란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오세정·25·여성)거나 ‘정부가 세금을 올린다고 해도 과연 내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건지 의심부터 하게 된다’(이승혁·32)는 의견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정치권이 사고 수습 과정에서 갈등을 조율하지 못하면서 ‘사회적 신뢰’가 무너진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김인규 한림대 경제학과 교수는 “참사 1년이 지나가지만 사회적 분열 때문에 여전히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되고 있다”며 “참사의 상처는 감성적으로 다독이고 사회적 신뢰 회복에 힘을 쏟아야 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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