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아동복지 전문기관인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전화를 건 사람은 2011년부터 재단에 정기 후원하고 있는 엄소영 씨(40·여)였다. 엄 씨는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단원고 2학년이던 외아들 최성호 군(당시 17세)을 잃었다. 엄 씨는 재단에 “나를 비롯해 세월호 사고로 자녀를 잃은 부모들이 자녀 이름으로 정기 후원을 하고 싶다”고 전해왔다. 최 군과 함께 숨진 단원고 2학년생 이준우 군, 김건우 군, 이재욱 군, 김제훈 군의 부모는 그렇게 엄 씨와 1월부터 세상을 떠난 자녀 명의로 재단에 정기 후원을 시작했다.
엄 씨는 아들이 살아있을 때만 해도 친한 친구가 누군지 잘 몰랐다. 엄 씨는 아들 유품을 정리하던 중 아들이 친구 4명과 함께 ‘자살 방지’를 주제로 만든 손수제작물(UCC) 동영상을 컴퓨터에서 발견해 친한 친구가 누군지 알게 됐다. 부모들은 이 그룹을 ‘5인방’으로 부르며 유가족끼리 모임을 결성했고, 지금은 매일 만나는 사이가 됐다.
이들은 모임을 만들면서 ‘먼저 간 아이들을 대신해 아이들이 이루고 싶어 한 것, 좋아했던 것들을 하자’는 회칙을 만들었다. 그리고 첫 번째 일로 후원을 택했다. 고 이준우 군의 아버지 이수하 씨는 “사고 이후 진도 팽목항에서부터 지금까지 국민들로부터 많은 위로와 관심을 받았다. 우리 사회에 어떻게든 돌려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모임에서 총무를 맡고 있는 엄 씨가 하고 있는 일에 뜻을 모아 동참하게 됐다”고 후원 동기를 밝혔다.
유가족은 “5인방 모임에서 같은 아픔을 나누기도 하지만, 모두 모이면 다섯 아이가 함께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 위로가 된다”고 입을 모았다.
세월호 참사 때 숨진 정차웅 군의 부모는 이 5인방 부모들의 후원 소식을 들은 뒤 후원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군은 참사 때 친구에게 구명조끼를 벗어주고 다른 친구들을 구하다가 숨을 거뒀다. 정 군의 부모는 2월부터 아들 명의로 정기 후원을 하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