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로 떠난 아이들에게 입히지 못한 것이 한(恨)이 됐다. 대신 새로 중학교에 가는 아이들에게는 꼭 입혀주고 싶었다. 바로 새 교복이다. 지난해 봄 교복 대신 수의를 입고 있던 아이들의 모습을 한시도 잊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고 때 희생된 경기 안산시 단원고 교사와 학생 50명의 장례가 치러진 안산제일장례식장 대표 박일도 씨(60·사진)가 21일 안산지역 11개 초등학교에 교복 구입비 2200만 원을 기부했다. 이 돈은 내년에 중학교에 진학하는 6학년생 가운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 110명의 교복 구입에 쓰인다. 앞서 박 씨는 지난해에도 초등생 50명에게 교복 구입비 1000만 원을 기부했다.
세월호 사고 당시 희생자 장례를 가장 많이 치렀던 박 씨는 “밀려드는 시신을 지켜만 봐야 했던 점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가족을 달래느라 빈소 건물 밖에서 몰래 흐느끼던 아버지들의 뒷모습, 하루 종일 영정 속 오빠를 부르며 울던 초등학생도 아직 박 씨의 기억 속에 생생하다. 그 역시 사고 후유증으로 지난해 말 약물 치료를 받았다.
“그때 모습이 계속 눈에 밟혀서….” 박 씨가 말한 ‘교복 기부’의 이유다. 경기가 좋지 않아 다른 곳의 온정도 모두 끊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올해는 기부액을 늘렸다. 또 직접 학교에 편지를 써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교복 구입비를 지원받는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이 아닌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을 선정해 달라고 부탁했다.
박 씨는 교복 기부 이유를 “미안함의 표현”이라고 했다. 그는 “전 국민이 미안하다고 했던 것처럼 아이들이 가장 필요로 할 때 옆에 없었다는 게 정말 미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일이 있어도 교복 기부를 이어갈 예정이다.
교복 구입비를 받은 안산의 한 초등학교 A 교사(43)는 “중학교에 올라가며 교복을 처음 입게 될 아이들에게 좋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것 같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다른 초등학교 B 교장(60)은 “‘아이들이 모르게 해 달라’는 말과 함께 학교에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고 조용히 발전기금 계좌로 송금하셨다”며 “어려운 때에 아이들을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박 씨는 세월호 사고 직후인 지난해 5월에도 단원고에 5000만 원을 기부했다. 당시 그는 “선생님과 아이들 장례로 내 주머니에 수익이 생긴 것이 부끄럽다. 사업이 망해도 괜찮으니 이런 장례는 안 치렀으면 좋겠다”며 수익금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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