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낮 12시경 경기 안산시 단원고 졸업생들은 세 권의 졸업앨범을 들고 교문을 나섰다. 하나는 2학년이던 2014년 전체 학생들의 사진, 다른 하나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의 사진, 나머지 하나는 이날 졸업한 생존 학생들의 사진이 담긴 것이었다. 희생된 학생들의 졸업사진은 입학할 때 찍은 학생증 사진이 대신했다.
“너무 슬퍼! 애들 졸업사진 보니깐….” 한 손에 꽃다발을 가득 든 한 여학생은 휴대전화 너머 친구에게 이렇게 말하며 학교를 빠져나갔다. 고등학생 특유의 말투는 발랄했지만, 그 이면엔 채 아물지 않은 상처가 묻어 있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모진 아픔을 견뎌온 단원고 졸업생 86명의 모습엔 기쁨과 슬픔이 교차했다. 12년간의 학창시절을 마무리하는 여느 고등학생들처럼 대부분은 밝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사망과 실종을 포함해 250명의 친구를 잃은 기억을 떠올리며 눈물짓는 학생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졸업식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차분한 분위기에서 비공개로 진행됐다. 학교 측과 생존 학생 부모들은 식순에 앞서 “돌아오지 못한 친구들을 잊지 말자”는 의미로 장미꽃 250송이를 준비해 졸업생들에게 세 송이씩 나눠줬다. 어른들은 “당당해라, 행복해라”며 이날 사회에 첫발을 내디는 졸업생들을 응원했다. 생존 학생 아버지 장동원 씨(47)는 “딸이 수많은 친구를 잃은 사고를 잊지 말되, 일상으로 돌아가 건강하게 꿈을 펼치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2학년 재학생 대표는 송사를 통해 “3년의 시간이 더욱 긴 시간이었을 선배님들 마음고생 많으셨다”며 “누가 뭐라고 해도 당당하게 살아가시길 바란다”고 선배들의 앞길을 축원했다. 3학년 졸업생 대표는 답사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따라온 수많은 시선과 비난들은 아마 모두에게 너무 길고 힘겨운 여정이었을 것”이라면서도 이내 “말로 차마 표현할 수 없는 삶의 고난과 역경을 함께 극복하고 성장하는 법을 배웠다”며 굳건한 모습을 보였다.
학교 정문을 지키는 손철균 단원고 보안팀장(51)은 “아저씨, 저 갈게요!”라며 씩씩하게 외치는 졸업생들을 보며 “사회에 진출한 뒤에도 아픔을 극복해내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희생 학생 및 교사들의 가족도 졸업생들에게 따뜻한 격려를 보냈다. 4·16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11일 페이스북에 “여러분이 내 아이처럼 잘 커가기를 바란다. 지난 637일 동안 참으로 서럽고 고통스러웠던 길을 잘 걸어와 줘 고맙다”는 글을 올렸다. “우리들처럼 어리석고 바보 같은 어른은 되지 말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당초 단원고는 희생된 학생과 교사의 가족에게 이날 ‘명예졸업식’을 제안했으나 유가족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유가족과 시민들은 이날 안산시 화랑유원지의 정부합동분향소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다짐의 헌화식’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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