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2주기가 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사고를 겪은 교사들 중 일부는 ‘제자를 먼저 보낸 교사인데 무슨 자격이 있느냐’며 심리치료를 거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세월호 사고 생존 학생과 교사들의 심리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김은지 단원고 마음건강센터장은 11일 YTN라디오 ‘수도권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사고 생존자들의 현재 상태를 전했다.
김 센터장은 교사들에 대한 심리치료 문제와 관련, “교사는 학교 안에서 부모와 같은 위치”라며 “그렇기 때문에 사고 후 교사들은 보고 싶어도 보고 싶다고 말도 못하고, 울고 싶어도 사람들 앞에서 울지 못하고, 심리 치료도 ‘내가 제자를 보낸 교사인데 무슨 자격이 있느냐’는 마음으로 거부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학생들이 졸업했고, 학교도 어느 정도 안정화에 접어든다면 그때가 교사들의 애도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시점”이라며 “교사에 대한 심리지원은 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교사 특성상 다른 학교로 로테이션이 계속 되므로 어느 한 부서에서 지속적으로 교사들의 심리를 추적 관찰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계획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존자들 중 졸업한 학생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센터장은 “아이들이 학교에 음료 같은 것을 사들고 오기도 한다. 이제 곧 2주기가 되고 하니 개별적으로 상담 요청을 하는 친구들도 간혹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벚꽃이 피면 ‘아, 예쁘다’고 하다가도 마음 한편에 어려움이 있다. 한편으로는 지금 이 시기에 학생들, 교사들은 잠도 못 자고 마음이 많이 다운되지 않았을까 걱정도 된다”며 ‘기념일 반응’에 대해 언급했다.
‘기념일 반응’이란 불의의 사고로 가족, 친지를 잃은 유족이나 주변인들이 피해자의 기일이나 명절, 생일 등 피해자를 연상하게 되는 특정 기념일을 맞았을 때 평소보다 더 우울하고 슬퍼지는 심리적 증상을 칭하는 용어다.
김 센터장은 “그 기간이 아주 길지 않고, 일상생활에 아주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그냥 정상적인 범위 내로 간주해도 크게 상관은 없다”면서도 “개인적인 차이가 있다. 일상생활이 어렵거나,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생활이 들거나, 그 기간이 1~2주를 넘어서 계속 지속된다면 반드시 왜 그런지 조금 더 전문적인 접근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사고 피해자와 유족을 비하해 논란이 됐던 ‘어묵 사건’과 ‘특별 전형 사건’을 언급하며 “아이들이 다시 좌절하고 힘든 모습으로 오면 말할 수 없는 분노나 무력감에 빠지기도 했다”며 “이런 재난의 피해자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반드시 대책 마련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원고 내 ‘기억교실’의 존치 여부 논란에 대해서는 “기억하고 추모하는 곳은 당연하게 어디에든 있어야 한다”며 “어디에 어떤 형식으로 만들지는 사회적 합의와 서로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센터장은 “전국을 다 아우를 수 있는 국가 트라우마 센터가 필요하다. 각 지역에 그런 기구들이 생겨서 이런 대형 재난의 피해자들도 마음 편히 지속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기구가 생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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