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일(2014년 4월 16일) 청와대에서 근무한 간호장교 2명 중 1명인 조 모 대위(28)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사고 당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의료 진료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미국 텍사스 주 샌안토니오의 육군 시설관리사령본부 내 병원에서 연수 중인 조 대위는 이날 워싱턴 특파원단과 20여분 간 전화 인터뷰를 갖고 "사건 당일 내 기억으로는 (내가) 관저에 가지도 않았고, 의료와 무관하게라도 그날 박 대통령을 본 적이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는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에서 통상적인 업무를 수행했고 그날 대통령을 본 적도 없다"는 당시 또 다른 청와대 근무 간호장교인 신 모 전 대위의 언론 인터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설명이다. 올해 2월까지 청와대에서 근무하다 자대에 복귀한 뒤 8월부터 미국에서 연수 중인 조 대위는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의무실 소속 간호장교들이 박 대통령에게 주사 처방 등 의료행위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른바 '세월호 7시간'의 비밀을 풀 열쇠를 쥔 인물로 주목받아 왔다.
조 대위는 주로 대통령 관저에서 근무했다는 항간의 관측에 대해 "나는 관저에서 근무한 적이 없고 청와대 내 의무동에서 근무했다"고 부인한 뒤 "세월호 참사 당일 신 모 전 대위와 업무 인수인계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청와대 근무 후 6개월 만에 미국 연수를 간 게 특혜이거나 '세월호 7시간' 의혹 등을 감안한 정치적 고려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이미 2015년 여름에 '중환자 간호과정' 연수에 지원했고 정상적 서류를 통해 (연수를 왔다)"며 부인했다.
조 대위는 박 대통령이 청와대 내에서 보톡스 주입이나 주름제거 등 미용시술을 받았느냐"는 질문엔 "(내가 2년 간 근무하는 동안) 내가 알고 있는 한 없다"고 말했다. 조 대위는 시기는 특정하지 않았지만 박 대통령에게 정맥 주사, 피하 주사를 놓은 적은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에게 정맥주사나 피하주사를 놓은 적은 있지만 (주사) 성분은 의무실장과 주치의님이 결정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대위는 논란이 되고 있는 △박 대통령의 외부 의료기관에서 '비선 진료' 여부 △마늘주사 등 투여 여부 △프로포폴 투여 여부 등에 대해서는 의료법을 거론하며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아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켰다. 조 대위는 이 같은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는 "환자 정보의 공개는 의료법상 기밀누설 금지 조항에 위반되기 때문에 답할 수 없다"고 반복적으로 말했다. 그는 같은 의료법 조항이 적용될 수 있는 청와대 내 미용 시술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안 한 것은 안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스스로 국방부에 인터뷰를 자청했다"며 "국민으로서 현재 대한민국 상황이 너무 마음 아프지만 국민의 알 권리가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몇몇 사람들로부터 제 신상이 공개되고 저를 만나자는 분들이 쇄도하면서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위는 인터뷰 도중 두 차례 울먹였고, "마음이 정리가 되지 않았다"며 망설이다 예정시간보다 한 시간 늦게 인터뷰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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