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두번 시도는 없다” 배수진… 친박 “문재인 도울건가” 목청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9일 03시 00분


[9일 탄핵안 표결]

《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8일 여의도는 ‘폭풍 전야’다. 야권은 야 3당 및 무소속 의원 172명과 40여 명에 이르는 새누리당 비상시국회의 의원을 고려할 때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를 여유 있게 넘겨 탄핵안이 가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무기명 투표의 특성상 이탈 표가 변수라는 지적도 있다. 뚜껑은 열어 봐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야 3당과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와 비주류 진영은 이날 밤늦게까지 각 진영의 사활을 걸고 ‘머릿수’ 단속에 총력을 기울였다. 》

 

○ 야권 “탄핵대오 굳건” 전원 국회서 대기

우상호 “의원직 걸자고 의견 일치”… 재상정 위한 임시국회도 고려안해

정치권 폭풍 속으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8일 의원총회 도중 다음 날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부결될 경우 의원직을 총사퇴하자며 사직서 양식을 들어 보였다(왼쪽 사진). 이날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 직후
 “이번 탄핵 표결은 헌정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헌법 절차”라며 가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가운데 사진). 반면 탄핵안 부결을 
바라는 같은 당 이정현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신원건 laputa@donga.com·최혁중 기자·뉴스1
정치권 폭풍 속으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8일 의원총회 도중 다음 날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부결될 경우 의원직을 총사퇴하자며 사직서 양식을 들어 보였다(왼쪽 사진). 이날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 직후 “이번 탄핵 표결은 헌정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헌법 절차”라며 가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가운데 사진). 반면 탄핵안 부결을 바라는 같은 당 이정현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신원건 laputa@donga.com·최혁중 기자·뉴스1
 야권은 8일 ‘탄핵안 부결 시 의원직 총사퇴’라는 배수진을 쳤다. 일각에서 거론된 탄핵안 부결 시 탄핵안 재상정을 위한 임시국회 개회 요구도 하지 않기로 했다. 일체의 변수에 대한 고려 없이 배수진을 치겠다는 취지다. 9일 탄핵안 표결 시점까지 소속 의원 전원이 국회의사당 경내와 정문 앞 농성에 들어가며 대오를 굳건히 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탄핵만이 유일한 국정 정상화 방안이자 수습 방안이며 적폐를 청산하고 역사를 다시 쓰는 길”이라면서 “오직 국민과 역사의 중대한 책무만 생각하고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의총에서는 소속 의원 121명 모두 탄핵안이 부결되면 의원직을 내놓기로 하고 사퇴서에 서명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의원직을 걸고 결의를 다지는 차원으로, 오늘 전원이 사퇴서를 쓰는 게 마땅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국민의당도 소속 의원 38명이 의원직 사퇴서를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제출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위한 국민의당 촛불집회 및 비상시국 토론회’에서 “어떤 당(민주당)에서 우리를 어떻게 모략하고 험담하더라도, 탄핵안을 가결시키기 위해 비박도, 친박도 설득해 탄핵에 가담하도록 하겠지만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당은 새누리당과 함께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을 선언한다”고 했다. 정의당은 탄핵안 부결 시 의원직 사퇴를 넘어 국회 해산을 주장했다. 그러나 야권의 ‘의원직 총사퇴’ 카드가 ‘표 단속용 이벤트’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비박계의 표 계산, 여론 동향 등을 봤을 때 가결은 될 것으로 본다”며 “상황에 따라 210표 이상이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야권 일각에서 이탈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민주당 내에선 “탄핵이 가결되면 조기 대선에서 유리한 친문(친문재인) 진영을 결과적으로 돕게 된다고 판단한 비문(비문재인) 진영 일부가 ‘딴마음’을 품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에 대해 대다수 의원은 “말도 안 되는 정치공학적 발상”이라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다만 당내에서 ‘투표지 인증샷’을 남기자는 기류도 확산되고 있다. 혹시라도 있을 이탈표를 막고 부결 시 그 책임을 확실하게 새누리당에 돌리기 위한 안전장치를 만들자는 것이다.

 

○ 비박 “소신투표 방해 말라” 친박 견제

김무성-유승민 “정의 위해 탄핵”… 나란히 성명 내고 이탈표 단속

 새누리당 비주류 진영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은 8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 ‘찬성’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야 3당이 공동 발의한 탄핵소추안에 ‘세월호 7시간’이 포함된 것을 놓고 발생할 수 있는 이탈 표 단속에 나선 것이다.

 김 전 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번 탄핵 표결은 대한민국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운영됨을 보여주는 표상”이라며 “최고 권력에 의한 권력의 남용 및 사유화, 측근 비리가 크게 줄어드는 계기가 되리라 확신한다”고 했다. 이어 “집권을 꿈꾸는 정치 주체들은 헌법적 절차를 존중하고 결과에 무조건 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도 이날 ‘정의로운 공화국을 위한 전진’이라는 성명에서 “대통령은 왕이 아니라 법 앞에 평등한 공화국의 시민”이라며 “탄핵은 지난날의 잘못에 대한 단죄이지만 정의로운 공화국을 만드는 정치혁명의 시작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이날 김 전 대표는 같은 당 의원들에게 기자회견문 내용을 문자메시지로, 유 의원은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는 없다”는 내용의 친전(親展)을 각각 보내 표결에 임해줄 것을 독려했다.

 비주류 진영 비상시국위원회는 당내에서 적어도 35명 안팎의 찬성표를 확보해 탄핵소추안 처리에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지만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한 비주류 의원은 “중간 지대에 있는 의원들이 ‘세월호 7시간’을 (탄핵안에) 넣은 것에 대해 얘기하면서 아침 밤으로 생각이 바뀌는 것 같다”고 전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헌법재판소가 성실성은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한 점 등을 이유로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계파색이 옅은 초·재선 의원들은 친박(친박근혜)계 측으로부터 회유를 당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 좋은 일을 할 필요가 있느냐” “대통령이 자진사퇴 뜻을 밝혔는데 두 번 죽이는 것 아니냐”는 논리로 탄핵 반대를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초선 의원은 “친박계 쪽에서 ‘탄핵에 반대하자’고 전화가 오기도 하고 만나기도 했다”고 전했다.

 비주류 측은 “권력을 이용한 위압을 활용해 소신 투표를 방해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했다.

 

○ 친박 “세월호 7시간 포함, 반감 부를것”

탄핵내용 불편해하는 중립파 공략… ‘비박 김무성에 당권’ 회유說도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는 8일 탄핵 반대표를 끌어 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조원진 최고위원은 이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비주류 진영 황영철 의원을 향해 “그런 말 하고 다니려면 당을 깨고 나가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황 의원이 전날 ‘최순실 국정 농단’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최순실 씨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옷이나 가방을 전달한 의혹을 두고 ‘뇌물 수수’라고 주장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이 자리에서 이장우 최고위원은 비주류 진영 의원들에게 “우리(친박계)가 왜 부역자냐”라고 따졌다고 한다. 친박계 한 중진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어차피 탄핵안이 가결돼도 분당(分黨), 부결돼도 분당”이라고 했다. ‘탄핵 찬성파’라면 차라리 확실히 각을 세워 계파 결집을 유도하는 게 낫다는 얘기다.

 친박계는 이날 야당이 탄핵 사유에 ‘세월호 7시간’을 포함한 것과 관련해서도 날을 세웠다. 이정현 대표는 오전 ‘당 대표-최고위원 간담회’에서 “세월호 7시간을 탄핵안에 집어넣은 사람은 물론이고 찬성하는 사람도 분명한 입장을 내놓고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압박했다. 친박계 홍문종 의원도 “비주류 강성을 제외한 나머지 분들은 이 문제(세월호 7시간)를 굉장히 심각하게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탄핵 입장은 중립에 가깝지만 탄핵안 내용 자체에는 불편함을 느끼는 ‘샤이(shy·부끄러워하는) 반탄핵파’를 자극해 탄핵 반대 지역으로 완전히 끌어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탄핵안이 가결되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가장 이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친박계 핵심 인사는 “탄핵안이 부결되면 야당이 완전히 박살날 것”이라고도 했다. 이를 두고 비주류 진영의 한 의원은 “촛불 민심보다 정치적인 득실을 부각시켜 표를 챙기겠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친박계가 ‘비상대책위원장 카드’로 김무성 전 대표와 가까운 비주류 의원 설득 작업에 나섰다는 주장도 나왔다. 비주류 좌장격인 김 전 대표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길 테니 탄핵에 반대표를 던지라는 식으로 회유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표는 “일절 그런 일(탄핵 반대 조건 비대위원장직 수락)은 있을 수 없다”고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송찬욱 기자 song@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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