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 인재 판정, 보험사 구상권 청구 가능성 ‘반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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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3월 22일 13시 53분


국내 손보사 10곳서 지급된 보험금 318억원
간접 원인 구상권 청구 성립 여부·실익 따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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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11월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이 인근 지열발전소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당시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사들이 이 사업 추진을 결정한 정부와 시행한 컨소시엄을 상대로 구상권 청구를 검토 중이다.

다만 인재로 인한 지진 발생에 따른 구상권 청구 선례가 없어 신중한 법리적 검토가 진행 중이다. 간접 원인으로 인한 구상권 청구가 가능한지 따져봐야 하고, 해당 컨소시엄이 회생절차를 밟고 있어 실익이 있는지도 파악해야 하는 상태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포항 지진 때문에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국내 10개 보험사가 정부와 컨소시엄을 상대로 한 구상권 청구를 검토 중이다.

당시 보험사는 총 3059건의 청구에 대해 318억3169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했다. 여기에 포항 지진 보험금이 파악되지 않은 보험사까지 추가하면 지급 보험금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사별로 보면 삼성화재 61억9000만원, 현대해상 61억930만원, 메리츠화재 58억5061만원, 농협손해보험 58억8602만원, DB손해보험 46억1950만원 순으로 많다. 보험사들은 풍수해보험이나 화재보험 지진특약, 재산종합보험 등으로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보장했다.

이들 보험사들은 지난 20일 정부 조사연구단이 “지열발전을 위해 주입한 고압의 물이 알려지지 않은 단층대를 활성화해 포항지진 본진을 촉발했다”는 내용의 포항지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구상권 청구 검토를 시작했다.

구상권 청구 여부 결정까지는 길면 몇 개월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재로 인한 지진으로 구상권을 청구한 전례가 없어 꼼꼼한 법리 분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0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있는 지열발전소가 가동을 멈춘 채 서있다. 포항지진정부공동조사단은 이날 서울 프레스 센터에서 열린 포항지진 원인 조사 발표에서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규모 5.4 지진은 지열발전소가 발전을 위해 물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촉발’지진이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2019.3.20/뉴스1 © News1
20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있는 지열발전소가 가동을 멈춘 채 서있다. 포항지진정부공동조사단은 이날 서울 프레스 센터에서 열린 포항지진 원인 조사 발표에서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규모 5.4 지진은 지열발전소가 발전을 위해 물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촉발’지진이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2019.3.20/뉴스1 © News1

더욱이 지열발전이 지진에 영향을 미친 건 확인됐지만 그 영향이 얼마나 컸는지 따져봐야 한다. 정부 조사연구단은 지열발전이 지진을 ‘유발’한 게 아니라 ‘촉발’했다고 설명했다. 지열발전이 지진을 직접 일으킨 게 아니라 간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는 의미다.

일부 보험사는 연구단의 발표 내용에 대한 자체 분석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상태다. 지열발전이 지진 발생에 미친 영향, 간접 원인 제공자에게 구상권 청구가 가능한지에 대한 법리 검토에도 돌입했다.

보험사들은 구상권 청구 대상도 고민하고 있다. 보험사가 정부 당국을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하는 건 부담스러운 구석이 있다. 보험산업은 정부 규제나 정책 방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포항 지진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물 주입 등을 관할한 넥스지오 컨소시엄을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하면 실익이 없을 수 있다. 현재 넥스지오는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2018년 초 법정관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가 지난해 10월 정부와 넥스지오 등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소송 결과 정부나 컨소시엄 책임이 인정되면 보험사가 구상권을 인정받는 게 수월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지급된 보험금 규모가 비교적 큰 보험사 관계자는 “여러 검토 사안이 있어 장기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여러 보험사가 공통된 문제를 겪으면 대형 보험사 결정을 따라가게 된다”며 “대형 보험사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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