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단 발표 이후 손배소송 제기 움직임
정부 관여 정도, 입지 선정 등 쟁점 전망
배상 책임 인정 두고는 법조계서도 이견
2017년 11월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은 당시 인근에서 건설 중이던 지열발전소가 촉발했다는 취지의 정부조사연구단 발표가 나오면서 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잇따를지 여부가 주목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정부를 상대로 진행 중인 포항 지진 관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대구지법 포항지원 2건이 전부다. 이들 소송은 정부조사연구단 발표 전에 제기된 소송들이다.
해당 소송들은 포항 지역 시민사회단체인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제기된 1차 소송은 원고 68명, 올 1월 2차 소송에는 1156명이 원고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법조계와 지역사회에서는 이번 정부조사연구단 발표 이후 정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조사연구단에서 포항 지진은 자연 지진이 아니며, 지열 발전을 위해 주입한 고압의 물이 알려지지 않은 단층대를 활성화해 본진의 발생 원인이 됐다는 취지로 결론 내린 까닭이다.
이와 관련해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 측이 모집 중인 이 사안 관련 3차 소송과 관련해서 지난 21일 하루에만 300명 이상이 참여 의사를 밝히거나 문의를 해왔다고 한다.
아울러 지역사회에서 포항 시민들을 아우르는 소송을 준비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는 등 향후 비슷한 소송이 다양한 경로로 제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포항 지진 관련 소송의 주된 쟁점은 지진 발생의 원인이 지열발전소에 있는지, 그렇다면 이에 대해 정부의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는지 등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로 정부가 지열발전소 설립 과정을 실질적으로 주도했다고 볼 수 있는지와 입지 선정 과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가 다퉈질 것으로 관측된다. 또 정부의 관리, 감독 문제와 조치 문제 또한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현재 진행 중인 1·2차 소송에서도 포항 지진과 관련한 부분에서 원고 측은 “사업대상지 선정 과정에서 과실이 있다”며 “정부가 거의 국책사업선정과 설립행위를 주도하고 예산 184억원을 투입해 각종 시설을 설치, 운영토록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항 지진과 관련한 소송에서 정부의 시민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법조계에서도 다양한 견해가 있다. 정부의 책임을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 인과 관계 성립이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 소송 외 다른 구제방안이 현실적이라는 견해 등이다.
포항 지진 문제 조사에 참여한 한 변호사는 “법리구성은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문제겠으나, 정부의 책임이 없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대한민국 정부가 주도한 사업이고 여기에 참여한 사기업도 준공무원 자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입지 선정 과정에서도 정부의 결정이 있었고, 이에 대한 검토가 충분했는지를 따져보면 책임 여부도 드러날 것”이라며 “관리, 감독이나 미소지진 등 문제에 대한 조치 등을 보면 국가가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반면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소송은 제기할 수 있을 것 같으나 승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애초에 지열발전소를 세울 때 지진이 날 것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 같고,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보인다”고 봤다.
다른 변호사는 “과실이 인정될 수도 있겠지만, 공무원이 직무집행상 법령이나 규정을 위반했는지가 인정되지 않으면 승소하기 어려울 수 있을 것”이라며 “오히려 인재가 밝혀진 이상 시민들로 하여금 소송하게 하는 것보다는 예산을 투입해서 적절한 보상을 해주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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