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입동(立冬)인데, 올 겨울은 또 어떻게 나야할지 참 답답합니다.”
차디찬 대피소 바닥에서 두번째 겨울을 맞게 된 포항 지진 이재민들의 걱정이 태산이다.
10일 오전 이재민들의 대피소인 포항시 북구 흥해읍 실내체육관.
체육관 입구에서 대여섯명의 이재민들이 전기난로 주위에 모여 몸을 녹이는 모습이 보였다.
지진이 일어난지 벌써 2년이 흘렀지만 대피소에는 아직도 90세대, 205명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채 머물고 있다.
대부분 한미장관아파트 주민들이다.
이들은 “지진으로 아파트 벽에 금이 가고 틈이 생겨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데 어떻게 살겠느냐”고 하소연했다.
한 이재민에게 “어떻게 지내느냐”고 묻자 오랜 대피소 생활에 지쳤는지 힘없이 고개를 떨군채 입을 닫았다.
대피소 이재민들의 생활공간은 1평이 채 되지 않는 개인용 텐트다.
체육관 바닥에 두터운 스티로폼을 갈고 그 위에 담요를 덮었지만 뼈속까지 파고드는 냉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재민 김모씨는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 정당 대표, 국회의원들이 다 다녀갔지만 무엇 하나 달라진게 있는지 찾아보라”고 했다.
그는 “우리도 대한민국에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국민이고 시민이다. 그런데 왜 우리가 이런데서 생활해야 하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김씨는 “포항 지진은 정부가 신성장산업을 진행한 지열발전소 때문에 발생한 인공지진이라는게 명백히 밝혀졌지 않느냐. 그런데도 정부가 지금까지 아무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모씨는 “우리가 원하는 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 달라는 것뿐이다. 그 방법을 찾아봐 달라는 요구가 이렇게 어려운 것이냐”며 손으로 바닥을 쳤다.
이재민들은 “우리의 마지막 희망은 지진특별법을 여야가 하루빨리 통과시키는 것이다. 지진을 정쟁의 도구로 삼아서는 절대로 안된다”고 했다.
흥해실내체육관 외에 흥해초교 옆 논에 조성된 희망보금자리 주택 33동에는 지진으로 주택이 완파 또는 반파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이 옮겨왔다.
컨테이너로 된 이곳에는 26세대 52명의 이재민들이 36.3㎡(11평) 크기의 주택 1동씩 배정받아 생활하고 있다.
(포항=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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