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서 규모 5.4 지진]단단한 크래커 부러지듯 진동 오는 지난해 경주 고주파 지진과 달리 포항은 과자 부스러지듯 피해
경북 포항 지진이 경주 지진보다 피해가 큰 이유는 지진 유형이 중저주파이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저주파 지진은 고주파에 비해 건물에 피해를 더 많이 입히는 지진이다. 진앙(진원에서 가장 가까운 지표면)인 포항시 흥해읍의 경우 퇴적층이 진동을 증폭해 피해가 더 커졌다.
15일 오후 2시 29분 발생한 포항 지진은 규모 5.4로 지진이 발생시킨 에너지 총량으로 따지면 경주 지진(규모 5.8)의 4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포항 시민들이 느끼는 크기는 경주 지진보다 컸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포항 지진의 진동 주파수 영역대가 중저주파이기 때문이라는 분석 결과를 16일 발표했다.
중저주파 지진은 진동 전달 주기가 비교적 긴 지진을 말한다. 예를 들면 주파수가 10Hz(헤르츠)인 지진은 0.1초에 한 번씩 진동이 전달된다. 그보다 더 주파수가 낮은 5Hz 지진은 0.2초마다 진동을 전달한다. 통상적으로 1층 건물은 10Hz 진동에, 2층 건물은 5Hz 진동에 약해지는 등 주파수가 낮을수록 고층 건물에 큰 피해를 입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항 지진이 중저주파 영역을 보인 것은 해당 지역이 신생대 3기에 만들어진 부드러운 해성퇴적층이기 때문이다. 경주 지진의 경우 단단한 화성암 기반이라 딱딱한 크래커가 부러지듯 진동이 한 번에 왔지만 포항 지진은 잘 부서지는 과자처럼 자잘한 충격이 연쇄적으로 일어났다는 설명이다.
진앙인 흥해읍에 피해가 큰 이유는 흥해읍의 지리적 특성 때문이었다. 흥해읍은 인근 지역이 산지인 것과 달리 퇴적물이 10∼20m 쌓인 곳에 위치한 마을이다. 이 퇴적물이 지진의 진동을 증폭해 더 큰 피해를 입혔다.
포항 지진과 여진을 분석한 결과 이 지역에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활성단층이 있다는 사실 또한 밝혀졌다. 지표면에 직접 노출되지 않아 그동안 존재가 알려져 있지 않았다. 이 단층은 수직과 수평 양방향으로 동시에 움직이는 단층으로 역단층성 주향이동단층으로 분석되고 있다. 동남권 지진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활성단층인 양산단층은 수평 방향으로 이동하는 주향이동단층이다. 선창국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토지질연구본부장은 “포항 지진은 진원지 서쪽 지반이 동쪽 지반을 타고 올라가는 패턴으로 작용했다”며 “여진이 일어나는 위치까지 분석해보면 북북동 방향으로 단층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여진은 경주 지진보다 횟수는 적지만 한 번에 발생하는 에너지는 더 큰 경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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