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强震 파장]주민 “철근 간격 설계기준 안지켜”… 기둥 크게 부서져 부실공사에 무게
기울어진 대성아파트 ‘수리 불가’… 재건축까진 최소 2, 3년 걸릴듯
경북도와 포항시가 철거가 불가피하다고 진단 내린 건물은 7곳. 이재민이 가장 많은 대성아파트도 포함돼 있다. 대성아파트는 1987년에 지어진 5층짜리 아파트다. 내진설계 의무적용(1988년) 직전이다. 철거 대상으로 분류된 원룸 건물 중에는 준공된 지 2년밖에 안 된 새 건물도 있었다. 경북도 관계자는 20일 “신축 건물이 철거 대상에 포함된 이유는 설계 및 구조 문제이기보다 부실공사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 철거 대상 원룸은 모두 필로티 구조
원룸 건물은 포항시 북구 장성동에 4곳, 덕수동과 양덕동에 각각 1곳이다. 모두 벽체를 없애고 기둥만으로 건물을 떠받치는 필로티 구조였다. 건립 연도는 2007년 2곳을 비롯해 2011년 1곳, 2012년 1곳, 2014년 1곳, 2015년 1곳이다. 현재 총 77가구가 거주 중이다.
20일 해당 원룸 건물을 모두 확인한 결과 하중을 받는 기둥이 크게 부서져 뼈대만 남거나 천장 일부가 내려앉은 상태였다. 5층 건물의 기둥 11개 가운데 5개가 부서진 경우도 있었다. 반대로 6층 건물의 기둥 22개 가운데 2개만 파손된 현장도 있었다. 파손된 기둥의 수는 적었지만 정밀 점검에서 내부 손상에 따른 붕괴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나 철거 대상으로 분류됐다.
전문가들은 부실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장성동의 한 원룸은 2011년 지어진 4층 규모의 건물이다. 지진 때 건물을 받치는 기둥 8개 가운데 3개가 주저앉았다. 기둥 내부의 철근은 크게 휘어져 한눈에도 위험해 보였다. 현재 두께 30cm가량인 임시 철제 지지대 20여 개가 아슬아슬하게 건물 붕괴를 막고 있는 상황이다. 원룸 주인은 “설계에는 철근 간격이 15cm인데 시공은 30cm 간격으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지대가 없었다면 여진 때문에 건물이 무너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동의 또 다른 원룸 사정도 비슷하다. 기둥 11개 가운데 3개에서 어른 엄지손가락이 들락날락할 크기의 균열이 났다. 나머지 기둥도 길이 1m 이상의 금이 보였다. 덕수동의 3층 원룸도 기둥 1개가 심하게 부서지고 160cm가량 균열이 난 상태다.
유영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축도시연구소장은 “지난해 경주 지진을 겪고도 안전의식은 제로에 가깝다. 필로티 구조의 주택은 설계 단계부터 구조안전 전문가인 건축구조기술사가 반드시 참여하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결국 보금자리 떠나는 주민들
20일 규모 3.0이 넘는 강한 여진이 잇따르자 대피소에 머물던 흥해읍 대성아파트 주민들은 오전부터 집으로 가 남은 옷가지와 가재도구를 챙겨 나왔다. ‘괜찮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간밤의 강한 여진 탓에 사라진 것이다. 이모 씨(61)는 “잠잠하다 했는데 또 여진이 왔다. 이제 다른 곳으로 이사할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대성아파트는 전체 6개동 260가구 중 3개동(170가구)이 큰 피해를 입었다. 현실적으로 일부만 재건축이 어려운 만큼 전면 철거가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건물 철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가 정부에 철거를 건의해도 합동점검단의 정밀 조사가 끝나야 한다. 최소 몇 주일에서 최대 몇 개월이 걸릴 수 있다. 재건축까지는 최소 2, 3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경북도 관계자는 “아직 건의 단계지만 사실상 철거를 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입주민 동의와 시공사 선정, 주변 건물과의 형평성 논란 등 예상 문제점을 확인 중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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