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피해 배상 촉구대회 3만명 참가
“오늘 아침도 갈라진 벽 보며 집 나서… 대통령님 안전한 포항 되돌려달라”
靑청원에도 10만명 넘게 동의
“오늘 아침에도 갈라진 아파트 외벽을 쳐다보며 집을 나섰습니다. 대통령님께서 지혜로운 판단과 현명한 결정을 내리셔서 더 이상 두려움에 떨지 않도록 안전한 포항을 되돌려 주세요.”
2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덕산동 육거리에 마련된 무대에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올라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2017년 11월 포항 지진 당시 피해가 집중된 북구 흥해읍에 사는 남이정 양(15·흥해중 3학년)이었다. 남 양은 “지진 직후 부모님과 대피소의 차가운 텐트에서 밤마다 두려움에 떨었는데 그때의 불행이 인재(人災)였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며 “대통령님께서 포항시민의 고통을 덜어 달라”고 호소했다.
포항시민들이 지진 피해 배상과 도시 재건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50여 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포항11·15지진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 주최로 열린 이날 특별법 제정 촉구 결의대회에는 이강덕 포항시장과 서재원 포항시의회 의장, 김정재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과 시민 등 3만 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해 거리를 가득 메웠다.
이들은 대정부 결의문에서 “국가는 특별법을 신속히 제정해 실질적인 보상책을 마련하라”며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지열발전소를 완전 폐쇄하고 범정부 대책기구를 구성해 포항의 경제 회복과 도시 재건 대책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이 시장과 서 의장은 “지열발전소가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충분히 따지지 않고 유치한 것에 대한 반성의 의미”라며 삭발했다. 행사 뒤 참가자들은 “특별법 제정에 여야가 동참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육거리에서 옛 포항역까지 약 1km를 행진했다. 이날 특별법 제정을 위한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한 사람이 10만 명을 넘었다.
김정재 의원(포항북)은 전날 ‘포항 지진 피해 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과 ‘포항 지진 진상조사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자유한국당 의원 113명 전원이 공동 발의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포항 지진 이후 정부와 지열발전소 등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벌이고 있는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범대본) 측은 참여하지 않았다. 범대본은 범대위 구성에도 참가하지 않았다. 지진 피해 배상 방식을 두고 범대위는 특별법 제정을, 범대본은 손해배상 소송을 주장하고 있다.
범대본의 손해배상 소송에 참여하는 시민은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 소송인단 약 1200명을 모은 데 이어 지난달 20일 지열발전소가 포항 지진을 촉발했다는 정부 발표 이후 이날까지 약 6000명이 추가로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지역 변호사 9명이 구성한 포항지진공동소송단도 지난달 29일부터 시민참여 소송 접수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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