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산불로 인해 고성과 속초 일대만 주택 125채가 소실된 가운데 속초시 장사동 장천마을에서만 40여 가구 중 20가구가 불에 안타까움이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이 신속히 대피한 덕에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장천마을은 화재에 따른 일대 지역 중 가장 피해가 컸다. 작지만 조용하고 평화로웠던 곳이라 이번 피해에 따른 상실감은 더 크게 다가오는 모습이다.
5일 마을에서 만난 곽봉순씨(62)는 절반 가량이 소실된 마을을 보고 연거푸 한숨을 내쉬었다. 마을 부녀회장을 맡고 있는 곽씨는 당장 이날 잠자리가 걱정이다.
곽씨는 “마을회관에서 일단 자기로 했는데 방이 3개 뿐이고 씻는 것도 불편하다”며 “인근 농협수련원에서 방을 제공해주기로 했는데 거리가 있어서 차량이 있는 사람만 이동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곽씨는 이어 “나가지도 못하고 회관에만 모였있다. 농사일을 시작할 때인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 마을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거주 중인 엄기봉씨(67)도 농사가 걱정이다. 엄씨는 “농사를 지어야할 땅이 불을 다 먹었다”며 “다 갈아 엎어야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엄씨는 잠도 제대로 못잤다. 그는 “대피하라고 해서 차에 갔다가 또 위험하다고 해서 인근 주차장으로 갔다가 또 옮기라고 해서 시내로 갔다”며 “그렇게 밤새 돌아다닌 곳만 4군데”라고 했다. 엄씨는 “요즘에는 날씨가 춥지 않으니까 컨테이너라도 있으면 좋을텐데 그것마저 없으니 착잡하다”고 걱정했다.
황망한 표정을 지으며 취재진을 만난 정규복씨(70)는 “농기계가 다 망가졌다”며 “볍씨하나 쓸게 없다”고 한탄했다.
마을입구에서 식자재 창고를 운영하고 있는 장재훈씨는 화재로 창고가 전소되자 넋을 놓았다. 철판으로 이뤄진 식자재 창고는 화재 열로 녹거나 구겨졌고 철근기둥은 엿가락처럼 휘어졌다. 창고 안에 있던 음료병들은 꼭지가 모두 터졌으며 페트병들은 서로 엉겨붙었다.
장씨는 “1억5000만원가량 손해를 봤다”며 “앞으로 수입이 막막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마을 주민들은 혹시나 잔불이 남아 또다시 불씨가 번질까 봐 걱정이다.
실제로 이날 장천마을에는 여전히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마을 중심에서 만난 소방관 김모씨는 “사실상 진화는 됐지만 속불이 살아있는 곳이 있다”며 “잔불 정리 작업을 조금 더 진행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마을을 감싸고 있는 상실감도 걱정스러웠다. 마을에는 화재로 인해서 가축들도 피해를 입었는데 우리를 잃은 염소가 그대로 돌아다녀도 당장 이를 정리할 사람도 없어보였다.
다행히 인근 봉사단체에서 장천마을을 위해 식사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장천마을을 찾아 여러 당부를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산골짜기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대피할 수 있도록 꼼꼼히 살피고, 특히나 잔불 여부를 특별히 신경 써라. 또 주민들의 안전은 물론이고, 진화 인력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