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아니었어?”…이재민 입주할 부영아파트 재난기금 투입

  • 뉴스1
  • 입력 2019년 4월 8일 16시 57분


포항에 이어 속초까지…전세계약 체결 후 재임대
“영업까지 멈추고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놔”

부영그룹이 산불 이재민을 위해 내놓겠다고 약속한 아파트에 정부의 재난 기금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부영이 이재민을 위해 임대아파트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처럼 보도자료를 배포했으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 계약을 체결하고 이재민에게 재임대하는 방식이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부영그룹은 지난 7일 강원도 일대 산불 피해에 따른 이재민에게 임대아파트 224가구를 내놓겠다고 국토교통부에 전달했다. 부영이 지원하는 아파트는 속초시 조양동 아파트 104가구와 강릉시 연곡면 아파트 20가구, 동해시 쇄운동 아파트 100가구다. 대부분 1990년대 중후반 입주한 아파트다.

부영은 국토부 및 해당 지역 지자체와 협의해 이재민 수요를 파악하고 대상자를 선정하는 대로 이재민들이 속히 입주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LH가 부영과 전세 계약을 체결한 후 이재민에게 재임대하는 방식이다.

LH는 입주 가능여부가 파악된 민간주택을 임대차계약을 맺은 후 이재민에게 재임대할 계획이며, 추가 지원주택을 확보하기 위해 재난 발생 다음날인 지난 5일부터 전세임대주택 물색팀을 운영하고 있었다.

부영 관계자는 “이재민이 당장 거주할 곳이 없기에 민간에서 내놓을 수 있는 물량을 최대한 확보한 것”이라며 “재난 기금을 받을지에 대해서는 지자체 및 국토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부영이 공가를 LH에 팔면서 기업 이미지만 챙긴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회사 보유분은 임대 혹은 분양자를 찾으려고 했던 물량이기 때문이다.

부영은 지난 2017년 경북 포함 지진 이후에도 이재민에게 주택 50여가구를 내놓았다. 이때도 LH와 100% 정부의 재난 기금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부영이 재난 기금으로 주택을 제공했다는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서다. 부영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포항 지진 이후 보금자리를 잃은 이재민들에게 아파트 52가구를 제공했다”는 짤막한 설명만 했다. 기금을 받았다는 내용은 없었다.

부영은 민간 기업으로 선의를 목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기금을 받았다는 내용을 고의적으로 숨긴 것은 아니라고 했다. 부영 관계자는 “영업도 멈추고 포항에선 시세보다 저렴하게 정부 기금을 받고 계약을 체결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