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발생한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는 대낮인데도 29명(오후 11시 50분 현재)이나 숨졌다. 사망자 20명은 2층 목욕탕 여탕에서 발견됐다. 외부와 밀폐되고 비상구가 가려진 목욕탕 구조를 감안하면 연기 및 유독가스가 순식간에 빨려 들어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건물 내외부가 불에 취약한 소재로 지어진 것도 화마를 키운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 “필로티 구조가 1층 화염 빨아들여”
스포츠센터 건물은 1층이 필로티 구조(벽체를 없애고 기둥만으로 건물을 떠받치는 방식)다. 1층 주차장에서 처음 난 것으로 보이는 불에서 나온 화염과 유독가스가 1층 출입구를 막았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1층의 유일한 탈출구를 막은 셈이 된다.
건물 안에서 봤을 때 사방이 뚫린 필로티 구조에서 1층 출입구는 사실상 외부 공기 유입구이자 화염을 건물 내부로 끌고 들어오는 입구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1층이 막혀 있을 때보다 훨씬 많은 공기가 좁은 1층 출입구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는 식이다. 밀려 들어온 유독가스는 상당 시간 건물 안에 머물렀을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 관계자에 따르면 건물 2~4층은 한쪽 외벽이 통유리 구조였던 점도 쉽게 깨고 들어갈 수 없게 만들었다.
불에 타기 쉬운 건물 내부 마감재에 붙은 불과 유입된 유독가스가 ‘최악의 시너지’를 냈을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센터의 2~3층은 목욕탕이고 4~7층은 피트니스센터다. 이들 공간 바닥은 타일로 된 욕탕을 제외하면 장판이나 카펫, 또는 나무 등 불에 잘 타는 소재로 돼 있었다. 피트니스센터 운동 장비와 매트 등에 쓰인 고무도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 외장재도 화재에 취약
스포츠센터의 외벽은 드라이비트(dryvit) 공법으로 지어졌다. 인화성이 크고 불에 타면 유독가스를 배출하는 물질로 구성돼 있다. 석재를 사용할 때보다 공사비가 50% 이상 저렴하고 공기(工期)도 줄일 수 있어 이 공법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에서 2015년 5명이 숨지는 등 사상자 약 130명을 낸 경기 의정부시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 화재와 판박이다. 당시 건물도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지어졌다. 또 필로티 구조의 1층 주차장에서 불이 났다. 정부는 의정부 참사를 계기로 6층 이상 건축물에 불연(不燃) 또는 준불연 외부 마감재 사용을 의무화하도록 건축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법 개정 전에 지은 건축물에는 적용되지 않아 실효성이 적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 스포츠센터 역시 2011년에 지어져 적용 대상이 아니다.
주택보다 유동인구가 훨씬 많은 다중이용시설에서 발생한 것도 큰 피해가 난 요인이다. 스포츠센터에는 목욕탕 피트니스센터 레스토랑 등이 들어 있어 불특정 다수가 드나든다. 다중이용시설은 관리자가 유사시 대피계획 등 안전대책을 세우도록 돼 있지만 현장에서는 형식에 그치는 실정이다. 올 2월 약 40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화성시 동탄 메타폴리스 대형 화재도 다양한 상가가 몰린 다중이용시설이었다.
스포츠센터 주변에 주차된 차량들은 소방차량의 현장 진입을 방해했다. 또 고층 건물 재해 시 구조에 쓰이는 소방 사다리차량이 출동했지만 추운 날씨 탓에 사다리를 올리는 유압 밸브가 고장 나 한동안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7, 8층으로 피한 사람들의 구조가 지연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