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센터 화재 29명 사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제천 8층 건물서 큰 불… 여자 목욕탕에서만 20명 숨져
1층 주차장 천장 전기공사 발화, 순식간에 모든 층 번져
가연성 드라이비트 외벽… 2015년 의정부 참사 닮은꼴

필사의 탈출 21일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건물에서 큰불이 나 연기가 치솟는 가운데 창문으로 빠져나온 
남성이 에어매트 위로 뛰어내리고 있다(왼쪽 사진). 건물 8층 창문으로 시뻘건 화염이 삐져나오고 건물 전체를 검은 연기가 휘감고 
있다. 이날 화재로 29명이 숨졌다. YTN 캡처·인스타그램 동영상 캡처
필사의 탈출 21일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건물에서 큰불이 나 연기가 치솟는 가운데 창문으로 빠져나온 남성이 에어매트 위로 뛰어내리고 있다(왼쪽 사진). 건물 8층 창문으로 시뻘건 화염이 삐져나오고 건물 전체를 검은 연기가 휘감고 있다. 이날 화재로 29명이 숨졌다. YTN 캡처·인스타그램 동영상 캡처
충북 제천시의 스포츠센터 8층 건물에서 불이 나 29명이 숨지고 29명이 부상당한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필로티(1층에 벽 대신 기둥으로 건물을 띄우는 방식) 구조 건물 1층 주차장에서 시작된 불이 삽시간에 2~3층 대중목욕탕과 4~7층 헬스클럽, 8층의 레스토랑으로 번졌다. 2층에서 20명, 6~7층에서 9명이 질식사했다. 2008년 40명이 숨진 경기 이천시 냉동창고 화재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화재 사고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스포츠센터 건물 화재는 21일 오후 3시 50분경 주차장에서 시작됐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화재 발생 직전 주차장에서 인부들이 용접 등의 작업을 했다고 한다. 발화 상황을 목격한 상점 주인은 “1층 천장에서 작게 시작한 불이 5분도 안 돼 확 번지면서 건물 외벽을 타고 활활 타올랐다”고 말했다. 이 건물 외벽은 화재에 취약한 ‘드라이비트(dryvit)’ 공법으로 시공됐다. 건물 외벽에 우레탄폼이나 스티로폼을 바른 뒤 시멘트 모르타르 등을 발라 마무리하는 공법이다. 2015년 1월 화재로 5명이 숨진 경기 의정부시의 아파트도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지어진 건물이었다.

불이 번지자 건물 안 20여 명은 옥상과 건물 난간으로 대피해 구조를 요청했다. 일부는 옥상에서 건물 앞에 설치된 에어매트로 뛰어내렸다. 3명은 8층 레스토랑 베란다 난간으로 대피했다가 외벽 청소업체가 동원한 사다리를 타고 내려왔다.

하지만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사다리 차량은 건물 앞에 주차된 차량들 때문에 지체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사다리 차량 진입에 필요한 8m의 공간을 확보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또 사다리가 고장나 수리하는데 시간을 허비했다.

사망자는 여성 21명, 남성 6명이다. 2명은 미상이다. 20명은 2층 여성목욕탕과 계단, 다른 사망자 9명은 6~7층 헬스클럽과 계단에서 발견됐다. 화재가 평일 오후에 발생해 목욕탕에 여성들이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당국은 목욕탕이 통유리로 외부와 차단돼 화재 연기가 잘 배출되지 않은 것을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주 원인으로 보고 있다. 또 여탕 비상구는 목욕 바구니를 놓는 철제 선반으로 가려져 있었다고 한다. 목욕탕 흡연실로 대피했던 사람들은 가족과 지인 등에게 전화를 걸어 “살려 달라”고 호소했지만 끝내 연기를 마시고 쓰러져 숨졌다.

서형석 skytree08@donga.com / 제천=장기우 기자
#제천#스포츠센터#화재#사망#부상#탈출#외장#여성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