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릴수만 있다면 억만금이라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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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화재 참사 5명 영결식
아버지 잃은 경찰관 아들 등 눈물

남편 주려고 챙겼던 ‘떡 유품’ 25일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현장에서 찾은 희생자 이모 씨(57·여)의 유품. 남편 류모 씨(59)는 “내가 떡을 좋아해 아내가 봉사활동하면서 챙긴 것”이라며 눈물을 삼켰다. 제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남편 주려고 챙겼던 ‘떡 유품’ 25일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현장에서 찾은 희생자 이모 씨(57·여)의 유품. 남편 류모 씨(59)는 “내가 떡을 좋아해 아내가 봉사활동하면서 챙긴 것”이라며 눈물을 삼켰다. 제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100억 원을 줘서라도 살리고 싶어요.”

안모 씨(24)는 참고 참았던 한마디를 탄식처럼 토해냈다. 눈시울이 붉어졌다. 어머니와 두 누나가 빈소에서 펑펑 울 때도 묵묵히 참아냈던 그였다. 하지만 성탄절 아침 아버지(58)의 영정을 두 손으로 받아든 순간 아들은 무너져 내렸다.

안 씨는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 희생자 중 한 명의 아들이다. 삼남매 중 막내다. 코레일 기관사인 아버지는 야근이 잦았다. 그래도 늘 가족이 우선이었다. 시간 날 때마다 빨래와 청소 등 집안일을 도왔다. 안 씨는 어릴 때부터 ‘가장 존경하는 분’으로 아버지를 꼽았다. 올해 초 안 씨는 경찰이 됐다. 제천경찰서 형사과에서 근무한다. 아버지는 서른다섯 살에 얻은 아들이 경찰 제복을 입은 걸 자랑스러워했다.

정년을 2년 앞두고 아버지가 화마에 쓰러졌다. 제천경찰서에는 수사본부가 차려졌다. 평소대로면 안 씨도 수사본부에 투입됐을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희생돼 제외됐다. 안 씨는 동료들에게 “다른 건 바라지 않는다. 이런 사고가 반복되지 않게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안 씨의 아버지를 포함해 제천 지역 장례식장 3곳에서 희생자 다섯 명의 영결식이 진행됐다. 사고 당일 운동하러 스포츠센터를 찾았다 변을 당한 최모 씨(46·여)도 그중 하나다. 남편 이모 씨(51)는 “환갑 때 외제차 사준다고 약속했는데…”라며 눈물을 훔쳤다. 이 씨는 21일 오후 3시 55분 아내의 차량과 연결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도난경보메시지를 확인했다. 스포츠센터 건물 1층 주차장에 있던 아내의 차량이 불타면서 메시지가 전송된 것이다. 약 20분 후 아내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아내가 ‘여기 불났어. 옥상인데…’라고 말한 게 마지막이었다”며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하마터면 시신이 바뀔 뻔했던 채모 씨(50·여)의 영결식도 이날 진행됐다. 23일 유족은 장례지도사의 실수로 영문도 모른 채 다른 희생자의 입관식을 30분가량 지켜봤다. 헤아리기 힘든 고통에 빠졌던 유족은 또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채 씨 아들은 “어머니는 평소 ‘다른 사람을 탓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막상 이번 사고를 보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지난달 큰아들이 결혼해 손주가 태어나길 기다리던 최모 씨(55·여) 등도 가족들의 눈물 속에 영면에 들었다.

이날 영결식으로 화재 희생자 29명 중 25명의 장례절차가 마무리됐다. 26일 박한주(62) 박재용(42) 목사 등 나머지 네 명의 영결식이 진행된다.

제천=김배중 wanted@donga.com·정다은·전채은 기자
#제천#화재#참사#영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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