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 당시 2층 여탕의 욕탕에서는 화재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생존자들은 화재 당시 경보음은 울리지 않았고 탈의실 경보음도 아주 작았다고 말했다. 타는 냄새를 맡고서야 불이 난 것을 알았다는 얘기다. 희생자 29명 가운데 20명이 이곳에서 숨졌다.
2층 생존자 김모 씨(57·여)는 27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욕탕 내부에 화재 경보음이 울리지 않아 희생자가 많았던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김 씨는 욕탕에서 족욕하다 옆의 여성에게서 “고무 타는 냄새가 난다”는 말을 들었다.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던 만큼 일부는 계속 목욕을 했다. 김 씨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욕탕을 빠져나왔다. 탈의실에서는 경보음이 울리고 있었다. 젖은 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고 목욕탕을 빠져나와 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중간 창문으로 뛰어내렸다.
3년 전부터 이 목욕탕을 다녔다는 김 씨는 “평소 전선 타는 누린내가 자주 났고 경보도 종종 오작동했다. 이 때문에 불이 난 처음에는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강모 씨(53·여)는 탈의실 경보음도 너무 작아서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 씨는 “탈의실에 경보음이 울렸지만 전화 벨소리로 착각할 정도여서 불이 난 줄 모르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불이 난 1층에서 연기가 2층으로 올라오자 욕탕으로 대피한 여성이 많았던 점도 피해를 크게 했다. 강 씨는 “불이 난 걸 알았을 때 욕탕에는 연기가 전혀 없었다. 뒤늦게 빠져나오던 사람 일부가 연기를 뚫고 나가지 못하고 욕탕으로 들어가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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