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당국이 지난해 12월 21일 발생한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 당시 상황실과 현장 사이에 무전이 되지 않아 2층 여탕 진입이 늦어졌다고 6일 해명했다. 소방청 합동조사단과 제천소방서는 이날 유가족에게 이 같은 내용의 중간 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초동 대처가 미흡했다”며 사과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충북소방본부 상황실은 당시 2층 구조를 요청하는 119신고 6통을 받고 무전을 시도했지만 지령을 전달받은 현장 대원이 한 명도 없었다. 현장 대원들의 휴대용 무전기가 먹통이었던 탓이다. 소방당국은 상황실과 현장이 망을 공유한 채로 동시에 무전을 시도하면서 ‘하울링 현상’이 발생해 무전이 닿지 않은 것도 원인 중 하나로 지적했다. 소방 무전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한 동아일보 보도가 조사를 통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본보가 당시 119 무전 녹취록을 확인한 결과 화재 당일 오후 4시 2분에서 4시 20분까지 18분간은 ‘무전 공백’ 상태였다. 이일 충북소방본부장은 “18분 동안 이뤄진 9건의 무전 녹취를 직접 들었지만 해독이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9건 중 6건은 하울링 현상으로 녹음이 이뤄지지 않았고 3건은 연결되자마자 끊어졌다.
합동조사단은 2층 비상구로 진입해 인명을 구조하라는 지시가 현장에서 뒤늦게 내려졌다고 시인했다. 상황실은 2층 구조 지령을 세 차례에 걸쳐 휴대전화로 부지휘관격인 화재조사관에게 전달했지만 현장 지휘관에게 곧바로 전달되지 않았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구조대장은 유족들에게 “2층 주변 열기가 뜨거워 진입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앞서 그는 지난달 본보 기자에게 “2층이 긴급하다는 연락을 받았더라면 무조건 2층으로 올라갔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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