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화재 차주 “일부러 배상 지연”…BMW “왜곡하지 마”

손해배상 집단소송 첫 공판…‘연기 동영상’ 재생
차주들 “차량 결함 명백”…BMW “객관 조사 필요”

주행 중 잇따른 화재 발생으로 리콜 조치에 들어간 BMW 차량 소비자들이 법정에서 ‘이미 BMW 측이 인정한 결함이니 최대한 빨리 손해배상을 해달라’고 주장했다. BMW 측은 객관적인 조사결과를 기다린 후 심리해야 한다며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단독 박남천 부장판사는 2일 열린 첫 공판기일에서 증거로 제출한 사고 당시 동영상을 법정에서 재생했다. 해당 영상에는 도로 주행 중인 사고 차량의 앞뒤에서 갑자기 흰 연기가 발생해 차를 멈추고 이상을 확인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BMW 소비자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BMW 측이 시인한 화재발생 원인인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모듈 불량’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회사 측이 인정한 결함이니 손해배상 책임을 최대한 빨리 판단해달라는 취지다.

이에 BMW 측은 “현재 해당 문제를 포함해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교통안전공단에서 정밀하게 확인 중”이라며 “그 조사 결과를 보고 심리를 진행하는 게 합당하다”고 반박했다.

BMW 측 변호인은 “원고 측은 EGR 모듈 결함을 주장하지만, EGR 쿨러 냉각수가 일부 누출돼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해 현재 조사 중”이라며 “모든 게 규명됐기에 조사할 게 아무 것도 없다는 원고 측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원고 측은 “현재 피해자들은 빨리 이 문제가 해결돼 BMW가 아닌 다른 차를 사고 싶다는 상황”이라며 “BMW 측에서 요청하는 기일 연기 주장은 지연전술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BMW 측은 “그건 우리의 뜻을 왜곡한 것”이라며 “이번 사건의 쟁점을 정리한 후에 쌍방이 입증할 것을 심리하는 게 가장 객관적”이라며 맞섰다.

재판부는 일단 다음 달 초에 발표가 예정된 교통안전공단의 조사가 객관적인 입장에서 나오는 결과라 보고, 이를 확인한 후 재판을 열기로 했다. 다음 재판기일은 해당 조사 결과가 발표되는 것을 보고 추후에 정할 예정이다.

재판을 마친 후 하 변호사는 “소비자들이 정상 주행하던 상황에서 갑자기 연기가 난 건 BMW 측의 관리하는 영역에서 발생한 화재이기에 이에 대한 입증 책임은 BMW에 있다”며 “자신들이 리콜 통지문에서 명백하게 시인한 사안에 대해 조사 결과를 기다리자는 건 판결을 지연해 피해자 피해를 가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주행 중 BMW 화재 사고를 당한 피해자 3명은 지난 8월 법원에 BMW코리아를 상대로 1인당 2000만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BMW코리아가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에 대한 보증책임을 위반했고, 결함 사실을 알고도 은폐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