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일하는 직장인 윤모 씨(27·여)는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3번 출구를 나오며 우산에 씌웠던 비닐커버를 길가 휴지통에 버렸다. 지하철을 타고 오는 30분 남짓 쓴 비닐은 물기만 머금었을 뿐 깨끗했다. 휴지통은 우산비닐커버로 수북했다. 지하철역을 나선 지 10여 분 만에 회사를 들어서며 또다시 우산에 비닐커버를 씌웠다. 선뜻 손이 가지 않았지만 애써 생각했다. ‘재활용하겠지….’
하지만 윤 씨가 버린 우산비닐커버는 재활용되지 않는다. 물에 젖었기 때문이다. 최규동 서울시 자원순환과 폐기물정책팀장은 “물기가 있는 비닐은 (재활용하려면) 말려야 하는데 이때 비용이 들어가는 데다 악취가 나서 취급 업체에서도 잘 재활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비닐은 재활용 품목에 해당하지만 현행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이물질 제거가 어려울 정도로 오염된 비닐은 일반 종량제봉투에 버려 배출하도록 돼 있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시와 산하 기관, 자치구 등에서 쓰는 우산비닐커버는 대부분 종량제봉투에 버려져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비닐을 소각하면 1급 발암물질 다이옥신과 메탄을 비롯한 유해가스가 발생한다. 미세먼지 악화 요인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땅에 묻은 비닐은 썩는 데 100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서울시청과 산하 기관에서 사용한 이 같은 비닐커버는 약 30만 장.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에서는 약 520만 장이 사용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앞으로는 비가 오더라도 서울시 각 청사 및 지하철역에서는 비닐커버를 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는 “다음 달 1일부터 시청과 모든 산하 기관, 지하철역에서 비닐커버 대신 우산빗물제거기나 빗물 흡수용 카펫을 설치한다”고 23일 밝혔다. 이날 서울시청 정문과 후문에는 우산빗물제거기가 첫선을 보였다. 시 관계자는 “시 산하 기관 및 자치구를 전수조사해 보니 약 60%가 비닐커버를 사용하지만 이 중 80%는 더 이상 쓰지 않을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며 “각 자치구에도 협조 요청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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