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에서 자취하는 직장인 김영주 씨(30)는 출근길에 전날 배송된 박스와 포장재를 정리해서 버리는 게 일이다. 김 씨는 주중에는 마트에 갈 시간이 없어 주로 온라인 쇼핑으로 장을 본다. 최근엔 계란 한 판을 시켰더니 종이박스에 포장재가 가득했다. 김 씨는 “온라인쇼핑이 편하긴 한데 포장재를 정리하는 데 시간이 너무 걸리고 비닐이나 충전재 같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쓰레기를 만드는 것 같아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온라인쇼핑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택배로 배송되는 상품의 과도한 포장이 종종 지적되고 있다. 환경부도 지난달 15일 온라인쇼핑몰의 과도한 택배 포장을 줄이기 위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하위법령을 입법예고하고 하반기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온라인쇼핑 업체들은 포장 ‘군살 줄이기’에 적극 나서는 추세다. 쿠팡은 신선식품에 많이 쓰는 젤 형태로 된 아이스팩을 물 등 환경을 보전할 수 있는 제품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르면 상반기에 도입될 예정이다. 젤로 된 아이스팩은 분리배출을 하지 못하고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쿠팡 관계자는 “물로 된 아이스팩은 겉에 있는 비닐을 잘라서 물을 따라낸 뒤 비닐만 재활용 쓰레기로 버리면 된다”고 설명했다. 쿠팡은 세제의 경우 2017년 하반기부터 종이박스가 아닌 비닐팩에 담아 배달하고 있다. 부피가 크고 완충재가 필요한 종이박스와 달리 비닐팩은 부피도 줄어들고 배출되는 쓰레기 양도 훨씬 줄어들기 때문이다.
티몬도 환경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택배 상자 안에 들어가는 완충재를 ‘비닐 뽁뽁이’ 대신 종이로 사용할 것을 검토 중이다. 티몬은 지난해부터 냉동과 냉장 식품을 배달할 때 스티로폼이 아니라 은박 보랭팩에 담아 보내고 있다. 마켓컬리는 소비자에게 배송한 포장박스를 다음 배송 때 수거해가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마켓컬리의 김슬아 대표는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포장재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포장재 줄이기, 포장박스 크기 줄이기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도움이 된다. 택배 박스 크기를 줄이면 한 번에 트럭이 운송할 수 있는 택배 양도 늘어나 효율적이다. 쿠팡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택배 포장 간소화를 통해 트럭 2대 분량의 택배를 1대로 줄였다”고 말했다.
온라인쇼핑몰 업계는 여러 품목을 주문하더라도 출고 단계에서부터 하나로 묶어서 배송할 수 있는 물류 시스템 개선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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