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 처리되지 않은 폐기물이 쌓여 가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불법으로 버려지거나 방치된 폐기물이 전국적으로 120만3000t 규모다. 동아일보 취재진이 최근 경기 화성시 한 공사 현장을 찾아가 보니, 가림막 속에 5m 높이로 폐기물이 쌓여 있었다. 비산먼지가 날리고 침출수가 흘러나오는 등 2차 환경 피해까지 우려되는데도 환경부는 올해 안에 이런 폐기물을 최대 40%만 치울 계획이다.
앞으로 이런 폐기물이 늘면 늘었지 줄어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폐기물 처리 단계마다 탈이 나서 폐기물이 갈 곳을 잃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중국이 폐플라스틱 등 재활용 폐기물 수입을 금지하면서 수출 길이 막혔다. 국내서는 종이 목재 합성섬유 등을 건조해 태우는 고형원료(SRF) 열병합발전소가 미세먼지 배출원으로 지목돼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를 통한 폐기물 재활용 처리량도 급감했다. 결국 폐기물 처리 비용이 치솟았고 업체들이 불법으로 내다버리고 있는 것이다. 2월 필리핀 민다나오섬에 수출됐던 불법 폐기물이 한국으로 되돌아온 사건도 싼 비용으로 처리하려다 빚어진 것이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물건은 폐기물이 되기 마련이고, 매립하거나 소각하지 않으려면 재활용을 늘려야 한다. 그런데 폐기물 처리 시스템이 곳곳에서 삐걱댄다. 폐플라스틱 선별 비용이 이를 재활용한 제품보다 비싼 것이 일례다. 고형원료 제조업체도 고사 위기에 놓여 있고 예정됐던 발전소 건립도 파행을 겪고 있다. 폐기물이 자원으로 재활용되는 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보조금 등 정책적 수단을 적극 강화해야 한다. 구조적 원인을 외면한 채 기업에 책임을 지우고 불법 투기를 단속하는 것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생산 단계에서부터 재활용을 염두에 둬야 하며 불필요한 포장은 과감히 줄여야 한다. 당장 불편하더라도 일회용품을 적게 쓰고, 덜 배출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다. 2015년 한국인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132kg)은 63개국 중 1위였다. 정부 기업 국민 모두가 바뀌지 않으면 ‘폐기물 대란’을 피할 길이 없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