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회학자의 고상한 말이다. 의견 차와 조정의 과정이 건강한 부부 생활을 돕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양날의 검과 같다. 싸움 강도의 임계점을 넘으면 부부생활의 아주 중요한 부분까지 파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부 간의 성(性) 문제까지도.
부부 싸움 중의 막말과 폭언은 성기능 장애를 넘어 불임까지 유발할 수 있다.
싸움 과정에서 폭언이나 막말에 노출될 경우 코르티솔과 같은 호르몬이 과다 분비된다. 코르티솔은 남성의 정자 수를 감소시킨다. 뿐만 아니라 여성도 배란일이 늦어지는 등 호르몬 균형이 깨진다. 결국 임신 가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심리적 악영향은 더 크다. 기본적으로 폭언으로 정서적 상처를 입으면 자신감이 크게 떨어진다. 성적인 자극에 둔감해지고 감수성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특히 남성은 발기부전, 조루, 성적 불감증 등 성기능 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더 높다. 폭언이나 막말로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발기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나이가 들면서 정상적으로 감소되는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감소 속도가 더 빨라진다.
부부 간의 폭언은 쉽게 끊어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어 더 위험하다. 처음엔 폭언을 듣던 사람이 다음번에는 언어폭력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 맞고 자란 아이가 나중에 자신의 아이를 때리게 되는 학습효과와 비슷한 이치다.
이동수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폭언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감각이 무뎌질 수 있다. 듣는 사람에게도 자연스럽게 공격적인 성향을 심어줄 수 있다”며 “부부 간 폭언을 멈추지 못할 경우 전문 상담사를 찾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