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이 온라인에서 극단적인 패드립 문화에 빠져드는 원인은 무엇일까? 그대로 방치하면 청소년의 사고와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걸까? 취재팀은 전문가들과 함께 온라인 패드립 문화가 등장한 원인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해결방안을 고민해봤다.
○ 어른에 대한 반발, 존재감 과시욕, 과도한 스트레스가 빚어낸 괴물
어른들이 기겁하고 싫어하는 ‘사회적 금기’를 찾아내는 건 청소년 문화의 공통된 특징이다. 기성세대의 심기를 거스르고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찾는 방식이 잘못된 방향으로 형성된 것이 청소년들의 욕설문화다. 전문가들은 패드립을 일종의 ‘더 센 욕’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기존에 있던 욕설문화의 연장선상으로 상대방을 자극하기 위해 수위가 높은 욕을 찾다보니 결국 건드려선 안 될 금기인 ‘패륜’까지 나아갔다는 것. 여기에 어른을 공경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문화가 사라진 사회 분위기가 이를 더 부채질했다고 볼 수 있다.
존재감을 찾고 싶은 청소년들의 불안한 심리가 극단주의로 흘러 나타난 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회적 지위가 불안정한 청소년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지위를 확인받고 싶어 한다. 자극적인 행동을 함으로써 주목받는 것을 일종의 ‘인정’이라고 인식하는 것. 인터넷에 동물학대 영상이나 자신의 나체사진을 올려 주목을 받고자 하는 것과 같은 심리다. 여기에 패드립은 자신보다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을 비하하고 조롱하면서 자신의 지위를 더 높게 설정하려는 욕망이 반영돼 있다. 김봉섭 한국정보화진흥원 정보화역기능대응부장은 “상대방의 부모를 비하하며 자신이 상대방은 물론이고 그 부모보다 높다고 느낀다”고 설명했다.
부모 자식 간 대화 단절과 부모의 과도한 기대가 주는 스트레스 역시 패드립 문화 형성에 일조했다. 부모가 자녀에게 학업 성적만 강요하면 부모는 더 이상 친밀한 대상이 아닌 스트레스만 주는 적대적 대상으로 변하게 된다. 청소년들이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면 이를 해소할 대상으로 자신 혹은 타인의 부모를 선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해석이다.
○ 패륜적 언어가 사고와 행동까지 지배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의 패드립 문화가 당장 패륜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한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무의식적으로 패드립을 사용하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패륜적인 언어를 습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사고나 행위에 무감각해지기 때문이다. 말이 사고를 지배하고 사고가 행동을 지배한다. 인간은 말이 암시하는 가치체계를 흡수하게 된다. 패드립을 통해 아이들은 어른에 대한 욕설이 용인된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패드립을 자꾸 사용하다 보면 부모나 어른을 존중해야 한다는 가치를 쉽게 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타인을 공격하는 패드립은 가해적 성향까지 더해져 감정과 태도를 거칠게 만든다. 범죄까지는 아니더라도 거친 행동을 유발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자꾸 패드립을 사용하다 보면 말로만 하던 것이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다”며 “처음에는 부모에게 존댓말을 하지 않고 욕설을 하다가 나중에 주먹질까지 하게 되는 등 거친 행동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 “패드립의 비윤리성 스스로 깨달아야”
전문가들은 청소년 스스로가 패드립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인지 자각해 그만두게 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조언한다. 억지로 그만두게 하면 오히려 역효과만 날 뿐이라는 것. 곽 교수는 “패드립이 얼마나 비윤리적인 말인지를 알려줘 이를 쓰는 것은 자신의 얼굴에 침을 뱉는 것과 같은 행위라는 걸 스스로 깨닫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장근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신이 쓰는 언어가 곧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준다는 사실을 인식하면 그만큼 어휘도 적절히 제어하면서 쓸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가정과 학교에서 사회적으로 어떤 언어가 용인되고 어떤 언어가 그렇지 않은지 구분하는 사회화 과정이 이뤄져야 한다. 부모가 온라인 공간에서 자녀가 어떤 자극에 노출되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컴퓨터 사용시간 같은 ‘양적 감시’보다 컴퓨터를 쓰면서 주로 무엇을 하는지 살펴보는 ‘질적 감시’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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