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뉴스의 댓글은 가장 오염된 공공언어 중 하나로 꼽힌다. 인터넷에 올라온 뉴스에 각종 의견이 달리면서 건전한 토론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 인신공격과 악의적인 내용으로 뒤덮이는 때가 적지 않다.
미국의 주요 언론도 댓글에 대한 언어 순화를 기대하기 어렵게 되자 다양한 대응 방안을 내놓고 있다. 시카고 지역 일간지 시카고선타임스는 4월부터 댓글을 다는 공간을 아예 폐쇄했다. 악성 댓글에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개발되거나 전체적인 댓글 문화가 개선될 때까지는 운영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과학기술 전문 잡지인 포퓰러사이언스매거진도 지난해 9월 댓글 시스템을 없앴다. 잡지사 측은 “댓글 공간이 지적인 토론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악성 댓글 이용자와 스팸이 이런 기대를 깨버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문을 연 신생 언론기업 복스닷컴은 웹사이트 개설 당시부터 댓글 기능을 두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WP) 출신의 스타 블로거로 유명한 복스닷컴의 에즈라 클라인 편집국장은 “우리는 댓글 커뮤니티가 핵심적인 기능이 되길 원하지만 어떻게 관리하고 접근해야 할지 여전히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준비가 될 때까지 섣불리 댓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을 개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국 내 30개 일간지를 보유한 미디어그룹 매클래치코퍼레이션은 지난해 산하 29개 언론사 웹페이지 댓글을 페이스북 로그인 방식으로 모두 바꿨다. 페이스북을 통해 댓글을 달면 이름과 고향, 심지어 얼굴과 직업 등이 함께 나타나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함부로 글을 올릴 수 없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미국의 인터넷신문 허핑턴포스트 역시 지난해 12월부터 페이스북 로그인을 통해서만 댓글을 달 수 있게 했다. 허핑턴포스트의 팀 맥도널드 커뮤니티디렉터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용자 일부는 자유로운 발언권을 제한한 것으로 느끼지만 이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악성 댓글과 스팸이 크게 줄고 공적 담화가 늘었다”고 자평했다.
상대적으로 댓글 관리에 철저했던 WP와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공동으로 악성 댓글 퇴치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인터넷 기업인 모질라까지 끌어들여 390만 달러(약 39억8000만 원)를 투자해 2년간 새로운 댓글 플랫폼을 개발한 뒤 모든 언론사에 무료로 공개할 예정이다. 재원은 미국의 대표적인 비영리 언론재단 ‘나이트재단’이 전액 지원한다.
양사의 프로젝트팀은 ‘단어 자동인식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콘텐츠에 가장 적합한 댓글을 눈에 띄게 배치하는 ‘하이라이트’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다. 이 시스템은 다른 사람이 올린 글을 비방하거나 험담하는 내용의 댓글을 즐겨 올리는 사람의 글은 최대한 노출하지 않도록 한다. 또 이용자들의 과거 댓글을 분석해 건전하고 의미 있는 내용을 올리는 사용자들에게는 높은 등급을 매겨 보상을 주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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