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망 뚫고 부산-충남-경북으로… AI 전국 번지나

가창오리 이동 실시간 확인 한계
1, 2일뒤 파악… 방역 어려워

낙동강 하구인 부산 사하구 을숙도 철새 도래지에서 채취한 철새 배설물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양성 반응이 나왔다. 충남 서천군 금강 하구에서 발견된 가창오리 사체도 고병원성 AI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AI의 전국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산보건환경연구원은 부산 사하구 을숙도 철새도래지에서 13일 채취한 철새 배설물에서 AI 양성 반응이 나와 농림축산식품부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정밀 검사를 의뢰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날 을숙도에서는 검둥오리류인 물닭 1마리와 붉은부리갈매기 1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방역당국은 이 새들이 AI에 감염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또 이날 경북 구미시 낙동강 체육공원에서 청둥오리 1마리와 고니 1마리가, 충남 당진시 삽교호 배수갑문 하류에서 철새 10마리가 각각 죽은 상태로 발견돼 방역당국이 AI 감염 여부 조사에 나섰다.

고병원성 AI는 그동안 고창과 부안 등 전북 지역에서만 확인됐다. 하지만 을숙도나 구미, 당진의 조류 사체나 배설물에서 AI가 확인될 경우 AI의 전국 확산 우려가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AI는 이미 전북 인근 지역으로 확산 중일 가능성이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부검 결과, 충남 서천군 금강하구에서 21일 죽은 채로 발견된 가창오리 3마리가 고병원성 AI인 ‘H5N8형’ AI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70∼80% 정도 된다”고 밝혔다.

한편 AI의 감염원으로 지목된 가창오리들은 계속해서 전북과 충남 사이를 오가고 있지만 방역당국은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지 못해 실시간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3일 한국조류보호협회 등에 따르면 가창오리들은 전북 고창군 동림저수지에서 금강호로 떼 지어 이동했다가 이날 일부가 다시 돌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종철 한국조류보호협회 고창지회장은 “동림저수지의 가창오리가 22일 3만 마리로 줄었다가 23일 12만 마리로 다시 늘었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가창오리의 이동을 파악해 긴급 방역에 나선다는 대책을 세워놓고 있지만 실제로는 오리 떼의 이동을 실시간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방역당국의 한 관계자는 “철새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알아야 하는데 하루 이틀 시차(時差)를 두고 파악하다 보니 방역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철새의 이동경로 파악을 맡고 있는 환경부는 가창오리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장치를 부착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이를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조용휘 silent@donga.com/해남=이형주

김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