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발생 기간 120일 넘어서 역대 최대 1373만 마리 도살
더운 날씨에 생육 빨라 공급 원활… 삼복 특수에도 물량 부족 없을듯
올해 초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로 급등했던 닭고기와 계란 가격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유통업계는 6월 월드컵과 7, 8월 삼복을 앞두고 닭고기 수요가 늘어도 공급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전남 담양의 오리 농가에서 AI 항체가 발견돼 이번 AI가 가장 늦게까지 이어진 사례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18일 농협중앙회와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이달 1∼15일 닭고기(육계) 산지 가격은 kg당 평균 1455원으로 4월 평균(1966원)보다 26.0% 떨어졌다. 육계 가격은 AI가 처음 발생한 올 초에는 소폭 하락했다. 그러나 ‘닭고기를 익혀 먹으면 안전하다’는 인식 때문에 수요가 유지되고 닭의 도살처분 증가로 공급이 달리면서 3월(1676원)과 4월(1966원)에는 급등세를 보였다. 이달 1∼15일 계란의 산지 가격(1296원·특란 10개 기준)도 4월(1379원)보다 6.0% 떨어졌다.
이번 AI에 따른 도살처분 규모는 역대 최대였다. 이달 18일까지 120여일간 도살처분된 가금류는 1373만5000마리로 2008년의 1020만 마리를 넘어섰다. 특히 도살된 육계와 산란계는 각각 전체 사육 규모의 4.4%(340만 마리)와 8.2%(530만 마리)나 돼 닭고기와 계란의 공급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육계는 사육 기간이 25∼28일로 짧은 데다 올봄에는 기온이 높아 성장이 빨라지면서 가격이 안정되고 있다. 강병규 농협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6월 월드컵, 7월 초중복, 8월 말복 등 이른바 ‘닭 성수기’를 앞두고 있지만 최근 공급이 늘어나 닭고기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달걀의 경우 여름철로 갈수록 수요가 소폭 줄어드는 특성상 가격이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는 이달부터 닭고기 물량 확보에 나섰다. AI의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롯데마트는 5월 초에 이미 냉동 닭을 전년과 비슷한 30만 마리가량 확보했다. 윤원상 롯데마트 닭고기 담당 바이어는 “판매 가격이나 물량 모두 AI가 발생하지 않았던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번 AI는 역대 발생한 AI 중 가장 늦은 시기까지 이어진 사례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8일 “전남 담양군의 종자 오리 농가에서 최근 채취한 혈청을 정밀 검사한 결과 H5형 AI 항체가 검출됐다”며 “해당 농장에서 예방적 도살처분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담양에서 채취된 바이러스가 ‘고병원성’으로 확인될 경우 시기상 가장 늦게까지 AI가 발생한 사례가 된다. 지금까지는 2010년 말 발생한 AI가 2011년 5월 16일에 확인된 것이 가장 늦게까지 이어진 사례였다.
농식품부는 “담양군 종자 오리 농장에서 AI 항체가 검출됐다는 것은 AI 항원이 오리의 체내에 들어온 적이 있었다는 뜻”이라면서도 “AI 감염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바이러스가 현재 유행하는 고병원성(H5N8형)인지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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