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2월 31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경로를 예측할 수 있는 솔루션을 확보하고도 활용하지 않았다’는 동아일보 보도(본보 2014년 12월 31일자 1·3면)에 대한 설명 자료를 냈다. ‘KT가 개발한 솔루션은 추가 검증작업이 필요해 현장 활용이 어렵다’는 것이 자료의 주요 내용이다.
농식품부의 설명은 핵심을 벗어났다. 보도의 논지는 ‘정확한 솔루션이 개발됐으니 당장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국가동물방역통합시스템(KAHIS)의 축산차량 운행정보 등을 바탕으로 만든 솔루션이 10월 한 달 동안 AI 확산 지역을 정확히 예측했으니 서둘러 검증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AI 방역 체계는 발병 농가 반경 500m(관리지역), 3km(보호지역), 10km(예찰지역)를 겹겹이 막고 주변 도로마다 방역대를 설치해 확산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근본적으로 확산 지역을 예측해 선제적 방어를 할 수 없는 구조다. 실핏줄처럼 얽힌 모든 도로를 차단할 수 없고 영세한 농장을 일일이 파악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일기예보처럼 지역별 AI 위험도를 예상할 수 있는 솔루션이 나왔다면 방역 당국인 농식품부가 누구보다 서둘러 검증작업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검증을 해서 타당성이 보인다면 방역에 적용하면 된다.
농식품부는 “KT 솔루션의 성과는 인정한다. 하지만 아직 검증되지 않은 주장일 뿐이며 검증은 주장의 당사자인 KT가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농식품부는 지난해 9월 말 축산차량 운행정보를 추가로 KT에 넘기지 않아 검증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또 농식품부는 KT 측에 “동아일보 보도에 KT가 대응하라”고 압력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명 자료도 공동 명의로 하자고 제안했지만 KT는 “설명할 내용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KT의 해당 부서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고 한다. 애써 추진해온 AI 관련 빅데이터 프로젝트를 접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만약 본보 보도를 문제 삼아 프로젝트 추진이 중단된다면 농식품부는 더 큰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국민의 혈세로 모아둔 데이터를 가지고 사실상 ‘갑질’을 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AI로 매몰 처분된 닭 오리 등 가금류는 1500만 마리, 피해 규모만 1400억 원이 넘는다. 지난해 초 시작된 AI는 농식품부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전국으로 퍼져 가금류 사육 농가를 1년 내내 괴롭혔다. “검증이 안 돼 적용이 어렵다”고 설명할 시간도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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