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올 6월 긴급조치 기준 완화
확진 상황에도 적극대응 안해 뒤늦게 대책회의 “소독 강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정부와 여당이 전국 단위의 일제소독에 나서고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초동 대응이 늦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례행사처럼 겨울철마다 AI가 재발하고 있는 만큼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4일 김재수 장관 주재로 가축방역심의회를 열고 25일까지 이틀간 전국의 가금 관련 시설과 차량을 일제소독하고 소독 실태를 점검하기로 했다. 가금류 및 관련 종사자의 전국적인 ‘일시이동중지 명령(Standstill)’은 AI 발생상황을 검토해 장관이 시점과 기간을 정하기로 했다.
정부와 새누리당도 지원방안 마련을 위한 검토 작업에 나섰다. 이날 열린 AI 대책 간담회에서 김 장관 등 관계부처 장차관과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국민안전처의 재해안전특별교부금을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방역과 도살처분 보상금에 대해서는 농식품부가 확보한 600억 원 외에 재해대책비 1000억 원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 같은 정부의 노력에도 전국 농가에서는 정부의 미흡한 초동대처가 문제를 키웠다는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마광하 전국오리협회 부회장(48)은 “정부 말대로 철새도래지가 감염원이라면 적어도 도래지에서 농장으로 오는 도로는 통제하거나 방역해야 하는데 이런 조치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올 6월 정부가 ‘AI 발생상황별 긴급조치사항’을 수정하면서 AI가 국내서 발생(확진 기준)했을 때의 대응수준을 ‘경계’에서 ‘주의’로 낮춘 게 화근이 됐다고 지적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위기경보 수준은 신중하게 올리는 대신 사전 관찰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례행사처럼 발생하는 AI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서는 가을에 오리와 닭을 모두 도축해 저장하고 겨울에 농장 운영을 중단하는 ‘휴업 보상제’를 도입하자는 요구도 나온다. 전북 정읍에서 닭을 키우는 김모 씨(56)는 “휴업보상제는 겨울철 감염원을 차단할 수 있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다만 산업 자체가 침체되지 않도록 보완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부는 휴업 보상제에 부정적인 반응이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4월 충북도청이 휴업 보상제 도입을 건의했지만 일괄 시행이 어렵다는 답변을 내놨다. 일부 지역에서 보상제를 실시하더라도 생고기를 공급할 농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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