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계란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국내 프랜차이즈 제빵업계 1위인 파리바게뜨가 결국 일부 제품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른바 ‘계란 대란’이 소비자와 산업계에 주는 타격이 점점 심각해지자 정부는 계란 수입을 늘리기 위한 긴급 대책을 내놓았다.
파리바게뜨는 카스텔라 롤케이크 머핀 등 계란이 많이 들어가는 19개 품목의 생산을 22일부터 중단했다고 23일 밝혔다. 생산이 끊긴 제품은 ‘카스테라’ ‘30주년 명품 카스테라’ ‘초콜릿머핀’ ‘치즈머핀’ ‘미니 블루베리롤’ ‘미니 한라봉롤’ 등이다. 개별 파리바게뜨 매장들은 본사 공장으로부터 완제품 또는 빵 반죽을 받아 구워 판매하는데 22일부터는 이들 제품을 발주할 수 없게 됐다. 통상 발주 후 매장으로 제품이 가는데 이틀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24일경부터 해당 제품들은 매장에서 살 수 없다.
하지만 계란이 많이 들어가는 제품 중 하나인 케이크는 정상적으로 공급한다고 파리바게뜨 측은 밝혔다. 가격 인상도 없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케이크는 크리스마스 시즌인 지금이 가장 소비가 많다. 케이크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카스텔라와 롤케이크 등을 포기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프랜차이즈 제빵업계 2위 뚜레쥬르는 “현재로서는 제품에 대한 생산 중단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파리바게뜨가 일부 제품의 생산을 포기한 것은 계란 공급 물량이 평소의 60%에 그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현재 파리바게뜨에 계란을 공급하는 농가 21곳 중 9곳에서 AI가 발생했거나, AI 발생 농장 인근에 있어 계란 출하가 중단된 상태다.
이런 상황은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 직원들이 소매점에서 계란을 사들이면서 불거진 이른바 ‘사재기 논란’을 낳기도 했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당초 SPC그룹에서는 직원들의 자발적인 행동이었다고 했지만 결국 정상적인 공장 운영이 불가능할 정도로 계란 부족이 심각했던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새누리당과 정부는 23일 긴급회의를 열고 계란 수급을 안정화하기 위해 수입란 운송비를 지원하고 계란 수입 관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하기로 했다. 면세 기간은 내년 1월부터 6월까지다. 또 계란 사재기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관계 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2일까지 전국에서 도살처분된 산란계(알 낳는 닭)는 1593만4000마리다. 전체 사육계의 22.8%에 해당한다. 계란 산지 가격은 전달 대비 37.0%, 소비자 가격은 27.1%나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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