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1시 50분 제주항 제6부두. 전남 목포에서 들어온 카페리 여객선 산타루치노호(2만4000t)에서 택배 물품, 건축 자재 등을 수송하는 차량 200여 대가 쏟아져 나오자 자동 소독기가 일제히 가동됐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묻었을 수도 있는 차량 바퀴를 집중적으로 소독했다. 특히 닭고기 1000kg 반입을 신고한 화물차량은 집중적인 검색이 이뤄졌다. 제주항은 물론이고 제주국제공항에서도 이용객을 대상으로 발판 소독을 했다. 제주도가 AI 청정지역 사수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김은주 동물위생시험소 방역위생과장은 “AI 유입을 막기 위해 가능한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발생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제주에서는 거점소독시설 6곳, 통제초소 13곳 등을 설치하고 철통 방역에 나섰다. 제주도는 경북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닭, 오리고기, 달걀, 계분비료 등을 반입하는 것을 이미 금지한 데 이어 철새도래지 주변 올레코스도 통제했다. 농가에 대한 소독 지원을 주 2회에서 주 3회 이상으로 늘리고 소독약품을 지원하고 있다. 수렵인을 통한 AI 유입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미 허가한 육지부 수렵인의 포획허가를 취소했다. 추가적인 포획 승인도 금지했다.
아직까지 AI가 발생하지 않은 경북도도 청정지역 지키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경산시 화양읍 금호강변에서 AI에 감염된 야생조류 사체가 발견된 이후 긴장의 수위가 부쩍 높아졌다. 경북도는 거점 소독시설인 이동통제초소 44곳을 설치 운영하고 있으며 축산농가 모임을 금지했다. 고병원성 AI가 검출된 금호강변과 하천을 중심으로 예찰 지역(반경 10km)을 설정했다. 산란계 5만 마리 이상을 사육하는 농가 1곳당 1전담 공무원을 지정했다. 경북도는 내년 1월 31일까지 철새도래지 6곳 및 집중관리지역 10곳의 야생조류 분변을 매일 관찰하기로 했다.
AI 확산을 막기 위한 지방자치단체들의 각종 아이디어도 속출하고 있다. 전남도는 겨울철새가 주택가 가까이로 날아오지 않도록 철새도래지에 수발아 피해를 입은 벼를 먹이로 뿌리기로 했다. 잦은 비와 고온 현상으로 베지 않은 벼 이삭에서 싹이 트는 수발아 피해 면적은 올해 전남에서만 2만 ha에 이르렀다. 수발아 피해 벼는 수확량이 떨어지는 데다 식용으로 사용하기 힘들다. 전남도는 농식품부와 협의를 거쳐 수발아 피해 벼 수매량 가운데 1860t을 kg당 208원에 매입해 영암호, 순천만, 해남 고천암 등 주요 철새도래지 10곳에 뿌리기로 했다. 전종화 전남도 농림축산식품국장은 “수발아 피해 벼를 철새 먹이용으로 공급하면 철새가 흩어지는 것을 방지하고 피해 벼를 조기에 소비하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충북도는 AI 조기 종식을 위한 ‘7·7 총력전’에 돌입한다. 29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7일간 발생 농가 사후관리, 산란계 농장 통제 유지, 방역활동, 철새도래지 관리 강화 등을 중점 추진한다. 경남도는 다른 도와의 경계에만 운영하도록 돼 있는 거점소독시설을 모든 시군에 1곳 이상씩 모두 32곳을 운영하고 있다. 조속한 검사, 신속한 대응을 위해 경남도축산진흥연구소를 ‘정밀 AI 진단기관’으로 지정해 줄 것을 환경부 등에 건의해 관철시켰다. 인천시는 ‘무인 헬기’ 방역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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