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동의 한 할인 마트. 분홍색 플라스틱 포장박스에 싸인 미국산 계란 주위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처음 보는 수입 계란이 신기한 표정이었지만 선뜻 이를 집어가는 고객은 드물었다. 계란을 이리저리 살펴보던 주부 김모 씨(49·여)는 "크기도 국내산보다 작은 것 같고 위생 상태가 어떨지 몰라 손이 잘 안 간다"고 말했다.
14일 국내에 처음 도착한 미국산 계란 중 약 12만여 개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검역을 통과해 21일 오후부터 일반 마트 등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30개들이 한 판 가격은 8950원. 평균 9000원 대에 판매되는 국내산보다 조금 저렴한 수준이다.
하지만 소비자 반응은 미지근하다. 22일 오후까지 이 마트에서 판매된 수입 계란은 약 20여 판. 훨씬 비싼 15개들이 국내산 계란(5970원)은 거의 동이 났지만 하얀 계란은 전날 들여온 200여 판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었다. 계란을 구입한 채백렬 씨(60)는 "물가가 워낙 비싸니 어쩔 수 없이 조금 더 싼 수입계란을 샀다"고 말했다. 매니저 이정숙 씨(53)는 "예상보다 판매가 저조하다"며 "소비자들이 하얀 계란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산과 큰 차이가 없는 수입 계란 가격도 소비자들이 구입을 꺼리는 이유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30개들이 계란(중품 특란) 한 판의 전국 평균가격(20일 기준)은 9285원. 12일 9543원까지 올랐던 가격이 약 3%가량 떨어졌다.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유통량을 줄였던 중간 상인들이 비축 물량을 푼 영향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수입 물량이 적어 계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는 애초 설 이전까지 계란 1800t을 수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들여온 계란은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사단법인 한국계란유통협회 하도봉 사무국장은 "설 연휴 직전 수요가 크게 늘겠지만 생산자나 중간 상인들도 갖고 있는 물량을 모두 풀 예정이라 계란 가격은 더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