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터널에 메르스 여파까지… 하반기 景氣 경고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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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얼어붙은 지갑
5월 연휴대목에도 소비지표 악화… 11일 한은 기준금리 추가인하 주목

회복 조짐을 보이던 민간 소비가 지난달 다시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에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악재까지 겹쳐 소비가 더욱 위축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 때문에 11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은행이 현재 연 1.75%인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여신금융협회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부처님오신날 등 ‘대목’이 몰렸는데도 민간 소비지표가 일제히 악화됐다. 지난달 신용, 체크 등 카드 사용액은 작년 동월 대비 7.1% 증가했다. 4월 증가율(15.3%)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나마 카드 사용액 증가분 대부분은 올해부터 본격화한 4대 보험료 등 공과금 납부액 증가분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 부분을 빼면 실제 카드 사용액은 줄었거나 제자리걸음일 것으로 추산됐다.

저유가로 올해 들어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온 휘발유 경유 등 자동차용 유류 판매량도 5월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4월에는 작년 동월 대비 8.7% 늘었지만 5월 들어 2.2% 감소했다.

문제는 이달 들어 메르스라는 악재가 겹쳐 경기 하강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유통업체와 여행·관광업계 등 일부 업종에서 매출이 급감하는 등 메르스로 인한 소비 위축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급증하는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있더라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려 추가적인 경기 침체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정희 KB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메르스로 인해 소비지표가 악화할 것으로 예상돼 한은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에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하반기 경제 전망을 본 뒤 7월에는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살짝만 열린 취업문 ▼

신규 취업자 2015년들어 가장 큰폭 증가… 2014년과 비교하면 60% 수준 그쳐


지난달 신규 취업자가 1년 전보다 38만 명가량 늘어 올해 들어 가장 큰 증가폭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해 1∼5월 월평균 취업자 증가폭(63만6600명)과 비교하면 60% 수준에 불과해 본격적인 고용시장 회복의 조짐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18만9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2581만 명)보다 37만9000명 늘었다. 숙박 및 음식업(14만3000명), 제조업(14만 명) 등의 취업자가 늘었고 농림어업(―12만3000명), 금융 및 보험업(―4만6000명)에서는 줄었다.

5월 실업률은 3.8%로 한 달 전보다 0.1%포인트 떨어졌지만 지난해 5월보다는 0.2%포인트 상승했다. 경제활동인구(2721만1000명)가 1년 전보다 44만9000명 늘면서 실업자로 분류되는 인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5∼64세 경제활동인구의 고용률은 0.5%포인트 상승한 66.1%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2년 이후 최고로 높아졌다.

지표만 보면 고용 사정이 개선되는 것 같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낙관하기엔 이르다.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폭은 지난해 가장 고용 사정이 안 좋았던 6월(39만8000명)보다도 적다. 일용직, 임시직 종사자가 많은 60세 이상(16만7000명) 연령대에서 취업자가 가장 많이 늘었다는 점도 고용의 질이 여전히 낮음을 보여준다. 20대 신규 취업자(9만9000명)가 지난해 8월(11만6000명) 이후 가장 많이 늘긴 했지만 5월이 상반기 취업 시즌이어서 ‘반짝 반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9.3%로 1년 전의 8.7%보다 0.6%포인트 높았다.

향후 고용 시장 전망도 녹록지 않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고용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메르스 때문에 고용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신민기 minki@donga.com / 세종=김준일 기자
#불황#메르스#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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