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전염 가능성 무시한건 성급”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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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잡을 수 있다/빅데이터 분석]
‘코로나바이러스 전문가’ 정용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
“WHO도 공기전염 배제 안해… 초기에 대비했어야 국민도 안심”

“2012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로 299명이 사망한 홍콩의 보건당국도, 전 세계 감염병을 책임지는 세계보건기구(WHO)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대해서는 공기전염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요. 그런데 연구가 끝나지 않은 신종 감염병의 공기전염 가능성을 0으로 미리 정하고 방역 계획을 짠 것이 잘못된 것입니다. 이런 조치들이 국민의 불안감을 키웠지요.”

국내 코로나바이러스 전문가인 정용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사진)는 10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국내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이후 보건당국의 초동 대처는 2013년 6월 질병관리본부에 전문가들이 모인 메르스 관련 자문회의에서 나온 대책들을 잊은 듯했다”고 말했다. 당시 자문회의에 참석했던 그는 “방역대책과 진단방법 등 당시 마련했던 감염병 대처 내용들이 잘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며 “이는 바이러스가 처음 창궐한 ‘중동’이란 지역이 주는 심리적 거리감이 국내 방역전문가와 의료진을 방심하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교통이 발달한 만큼 지구 반대편에서 창궐하는 전염병이라 해도 방심할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가령 지난해 10월 서아프리카에서 창궐하던 에볼라바이러스가 스페인에서 감염 환자를 만들며 유럽인들을 공포에 빠뜨린 바 있다.

정 교수가 이번 보건당국 대처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메르스의 공기감염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서둘러 발표한 부분이다. 그는 “공기전염 가능성을 제기하는 연구논문도 있고, WHO는 물론이고 호주 보건당국, 홍콩 보건당국도 메르스를 공기전염이 가능한 바이러스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기감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검증하지 못한 만큼 그 가능성을 무시하는 것은 시기상조란 뜻이다. 실제로 메르스 민간합동대책팀은 평택성모병원에서 일어난 집단감염이 공기감염에 의한 것은 아닌지 실험을 통해 뒤늦게 확인 중이다. 그는 “공기전염은 일어나지 않으니 안심하라”고만 하는 것과 “공기전염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이 부분까지 고려해 조치를 하겠다”는 말 중 어느 것이 더 국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사망 환자 대부분이 심각한 기저질환을 앓았던 만큼 젊고 건강한 사람들은 메르스를 독감 정도로 보아도 되겠느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메르스 환자들은 독감 환자에게서는 보기 힘든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심하게 겪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아주 강한 독감을 막는다고 생각하면 된다”면서 “만약 막지 못한다면 쓰나미가 되겠지만, 잘만 막아내면 국민은 물론이고 보건당국이 감염병에 올바르게 대처하고 준비하는 법을 배우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idol@donga.com
#전염#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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