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급식소 외국인 봉사단… “메르스 공포? 우린 몰라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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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파장]
‘코리아 볼런티어’ 활동 현장

14일 코리아 볼런티어 회원 윤상훈 씨(왼쪽)와 캐나다에서 온 미셸 베텐코트 씨가 서울 영등포구 무료급식소 토마스의 집에서 설거지 봉사활동을 하며 활짝 웃고 있다. 코리아 볼런티어 제공
14일 코리아 볼런티어 회원 윤상훈 씨(왼쪽)와 캐나다에서 온 미셸 베텐코트 씨가 서울 영등포구 무료급식소 토마스의 집에서 설거지 봉사활동을 하며 활짝 웃고 있다. 코리아 볼런티어 제공
14일 낮 12시 무렵이 되자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근처의 무료급식소 ‘토마스의 집’은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메르스 여파로 서울지역 곳곳의 무료급식소가 문을 닫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곳은 변함없이 노숙자 등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었다.

음식을 나눠주는 틈틈이 반갑게 안부를 묻는 인사말이 들렸다. 한국말이었지만 어딘가 서툴렀다. 자세히 보니 금발이나 검은 피부의 배식봉사자들이 눈에 띄었다. 바로 ‘코리아 볼런티어(Korea Volunteer)’ 회원들이었다. 2011년 12월 결성된 코리아 볼런티어는 미국 뉴욕에서 금융회사를 다니던 제임스 김 씨(36)가 한국 근무를 시작하면서 만든 단체다. 현재 5400여 명의 회원 가운데 65%가 외국인이다.

최근 메르스가 확산되면서 행사는 물론이고 사적인 모임까지 자제하는 분위기지만 이들의 열정까진 막지 못했다. 코리아 볼런티어는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달 20일 이후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무료급식 봉사활동, 저소득층 학생 영어교육 등을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 토마스의 집도 봉사활동을 하던 20여 개 팀 가운데 3개 팀이 “당분간 활동을 하기 어렵겠다”고 연락했지만 코리아 볼런티어는 중단 없이 계속하고 있다. 김 씨는 “메르스 사태로 국내 봉사단의 활동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도움을 요청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마스의 집에서 만난 코리아 볼런티어 회원들은 “메르스 사태가 걱정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오히려 “한국 사람들의 반응이 과한 것 아니냐”고 입을 모았다. 캐나다 출신의 마르크 파파드 씨(55)는 “같은 전염병인데도 한국 사람들이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며 “메르스 공포는 한국에서만 나타난 특징”이라고 말했다. 미국인 해나 넬슨 씨(23·여)는 “한국인들의 두려움을 이해하기 어렵다. 손을 깨끗이 씻고 마스크를 착용한다면 큰 위험이 없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김 씨도 “메르스 이후 회원들의 참여가 줄어들 것 같아 우려했지만 예전과 별 차이가 없다”며 “앞으로 봉사활동 계획도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원들은 한국인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페루에서 온 해네스 로야사 씨(25·여)는 “2009년 페루에서도 인플루엔자(H1N1) 때문에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지만 정부의 대책을 따르면서 문제가 잘 마무리됐다”며 “지나친 공포 분위기가 문제를 키우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했다. 미국인 티나 로드봉 씨(29·여)는 “정부가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사람들이 공포를 느끼는 것”이라며 “빠르고 정확한 정보 제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코리아 볼런티어는 메르스 사태와 상관없이 토마스의 집에서 급식봉사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박경옥 토마스의 집 총무(55)는 “메르스 때문에 봉사활동을 중단하면 노숙자들 밥을 누가 줄지 걱정이 많았는데 외국인들이 끝까지 약속을 지켜줘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봉사단#무료급식소#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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